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복지법을 소개한 내용을 살펴보자.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해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2011년 제정된 예술인복지법 제2조 2항 내용이다. 국가가 예술에 대한 사회공공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 창작 주체인 예술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복지증진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예술인 복지증진에 관한 시책 수립·시행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복지 지원에 대한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해 예술인의 사회보장 확대와 직업안정·고용 창출 지원, 예술인 복지금고 운영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2003년 어느 조각가의 교통사고와 보험회사의 소송전을 통해 드러난 당시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활발히 논의가 전개됐던 사건을 계기로 예술인복지법은 2011년에 제정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시에는 예술인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에 명확한 근거가 없었는지 조각가의 교통사고 사망금은 일용노동직을 기준으로 산정돼 크게 논란이 되었고 보험사와의 소송으로 법원에서 판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예술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이 겪은 생활고와 사회적 경제적 불편부당함에 관한 여러 가지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예술인복지법은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더욱 개선돼 시행해야 할 법률임에 의문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은 남아 있다. 예술은 직업으로 명확한가, 예술인은 직업인인가, 사회적 통념상으로 예술을 직업으로 인정하는 것에 모두는 공감하는가, 예술인의 복지를 위한 법률로서 예술인복지법은 분명하고 잘 시행돼 운용하고 있지만 예술인을 직업인으로 인식하는 것에는 의문이 생긴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작가 소설가 화가 음악가 연출가 안무가 등 예술가(藝術家)라고 쓰기도 하고, 연기자 지휘자 작곡자 등 어떤 행위에 자(者)를 붙이기도 하고, 가수 무용수 등 수(手)를 붙여 그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가장 넓고 일반적인 의미로 인(人)을 붙여 미술인 연극인 문학인 등 예술인으로 호칭하며 다양한 명칭을 사용한다.
서구권에서는 예술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아티스트(artist)라고 통칭해 단순하게 사용한다. 그들에게 예술은, 그리고 예술인은 다양한 호칭이 필요하지 않다. 비록 창작활동의 결과물과 그 과정은 무척 난해하고 다종다양할지라도 예술, 그리고 예술인이라는 개념은 매우 분명하고 단순한 개념이다. 우리에겐 아직도 예술인을 정의하는 것이 명확하거나 분명하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다. 그러나 직업으로 예술을 바라볼 때 고달프고 서글픈 시선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운영되고 있고 많은 예술인이 복지 지원과 혜택을 받아 왔다. 단지 이러한 지원과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나의 예술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직업으로서의 예술 활동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수월하지 않다.
귀중한 나라의 세금을 쓰는 복지사업이니 명확한 근거와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직업이 될 때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 순조로운 과정으로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한다. 예술인에 대한 다종다양한 표현과 통일되지 못한 호칭으로 개념 정의도 분명하지 않은데 직업으로 나의 예술 활동을 증명하라니 난감하다.
최근 예술활동증명 신청자의 폭주로 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해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상의 시스템을 통한 예술활동증명으로 예술인의 유명과 무명을 구분하는 것도 아니므로, 예술활동증명을 받지 못한 예술인은 예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없어야 한다.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던 장남은 화가를 꿈으로만 남겼고 아직도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창작은 외로운 길이다.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