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연예인 유튜버가 요리를 하다 레시피가 헷갈리면 물어보는 상대는 엄마나 친구가 아니라 챗GPT다. 그러면 챗GPT는 다른 나라 사례까지 들며 능수능란하게 설명한다. 이 연예인이 “소~름”하고 말하자 “엄청난 칭찬이네요”라며 받아치기까지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찍어야 할 지 AI에게 물어봤다는 사람이 많다. AI는 각 후보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세세히 따진 다음 “누가 좋겠다”는 해답을 내놓는다. 그 결과를 갖고 투표장에 갔다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
AI가 인간 생활에 또 다른 변혁을 가하려 한다. AI 반도체 설계회사인 엔비디아가 PC용 AI 개발을 선언하면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에서 AI PC용 칩인 ‘N1 X’를 공개하며 이 칩을 심은 노트북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엔비디아 RTX 스파크’라는 제품이다. 128기가바이트(GB) 메모리 칩이 탑재된 이 노트북은 사람 대신 이메일을 작성하고 자료 정리도 알아서 척척 한다. 출시 예상 시점은 올 하반기로 저사양은 수백만 원대, 고사양은 억대에 이를 전망이다.
일반인이 AI를 활용하려면 인터넷으로 챗GPT나 제미나이 플랫폼에 접속부터 해야 한다. AI PC는 AI를 이런 공용 클라우드가 아닌 PC 내부에서 자체 구동한다. 개인화된 AI는 천재적인 개인 비서와 같다. 수십명이 몇개월간 협업해야 하는 일을 단 며칠 만에 끝내거나 책 한 권을 밤새 뚝딱 완성하는 식이다. 소유주가 어떤 방식으로 길들이고 확장시키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윤리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다분하다. 서로 더 정교한 AI를 가지려는 욕심에 고급화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도 챗GPT나 제미나이는 무료와 유료 서비스의 도출 결과가 다르다.
1960년대 초기 컴퓨터는 가격도 어마어마했지만 한 대 크기가 집채 만했다. 그러다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에 따른 소형화로 누구나 PC를 소유하는 상용화 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는 컴퓨터를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가 그저 약간의 편의성 차이에 그쳤다. 하지만 AI PC 시대는 그 정도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AI PC는 슈퍼컴퓨터 혹은 데이터센터를 집에 들여놓는 것에 비견된다. 앞으로 AI PC가 일반화되면 이를 가지고 못 가짐 여부, 기기의 성능 우열에 따라 소유자 위계가 봉건시대 신분계급은 비교도 안될 만큼 공고하고 큰 격차로 벌어질 수 있다. AI가 만들어낼지 모를 신계급 세상에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