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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 행사 전경. 국제신문DB |
매년 5월 열리는 ‘아트부산’은 부산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국구 미술 행사다. 그런데 올해 아트부산을 앞두고 미술계의 관심은 뜻밖에도 서울에 쏠렸다. 같은 기간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하이브 아트페어’가 처음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국내외 48개 갤러리로 출발한 신생 페어였다. 규모만 보면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여한 아트부산과 비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하이브가 주목받은 것은 기존 아트페어의 핵심 수익 구조인 부스비를 없애겠다고 밝히며, 시장 조정기에 갤러리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비용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갤러리에게 아트페어의 초기 비용은 만만치 않다. 부스비를 내고, 작품을 운송하고, 인력을 보내고, 며칠간 체류한다. 판매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비용은 리스크가 된다. 그런 점에서 하이브의 질문은 유의미했다. 다만 곧바로 대안이 된 것은 아니다. 부스비 없는 방식은 신선했지만, 좋은 갤러리와 작품, 구매력 있는 컬렉터가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아트페어는 작동하기 어렵다. 5271명의 방문객은 의미 있는 출발이지만, 시장을 움직였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그렇다면 아트부산은 어땠을까. 올해는 중소형 갤러리 일부가 하이브로 향하면서 부산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트부산은 우려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방어에 성공했다. VIP 프리뷰 방문객은 1580명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고, 얼리버드 티켓 매출도 37% 증가했다. 전체 관람객 약 6만 명이라는 결과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숫자와 조금 달랐다. 페어장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시장이 뜨겁게 끓고 있다는 감각은 약했다. 호황기처럼 부스마다 판매 소식이 빠르게 돌고, 누가 무엇을 샀는지가 곧장 회자되는 열기는 없었다. 현장의 대화도 “무엇이 팔렸는가”보다 “올해는 어떤가”에 가까웠다.
이 차이는 과거와 비교할 때 더 선명해진다. 2022년 아트부산은 관람객 10만2000명을 기록했지만, 올해 관람객 약 6만 명은 정점과 비교하면 40% 이상 줄어든 규모다. 100여 개의 참여 갤러리 수 역시 충분한 성공 지표는 아니다. 아트페어의 경쟁력은 몇 개 갤러리가 참여했는가보다 어떤 갤러리가 어떤 작품을 가져왔는가로 판단된다. 올해 아트부산도 기본 체급은 유지했지만, 고가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현재의 흐름을 살피며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아트부산의 부스비는 ㎡당 33만 원으로 서울의 키아프보다는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비싸냐 싸냐가 아니다. 서울에는 컬렉터 기업 미술관 언론이 이미 집중되어 있고, 프리즈 서울 이후 해외 컬렉터와 관계자들의 동선도 일정 부분 확보된 상태다. 반면 부산은 그들을 새로 불러와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을 감수한 갤러리에게 충분한 구매자와 거래 가능성을 제공했는가다.
부산은 바다 호텔 관광 체류의 감각이라는 서울이 줄 수 없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 이미지만으로 아트페어가 지속될 수는 없다. 작품을 보는 사람과 사는 사람, 작가와 갤러리, 지역과 해외 네트워크가 실제로 연결되어야 한다. 아트부산이 서울의 축소판이 아니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와 이어지는 해양도시형 플랫폼이 되지 못한다면, 매년 같은 질문은 반복될 것이다. 갤러리들은 왜 부산을 선택해야 하는가. 컬렉터들은 왜 이 시기에 부산으로 와야 하는가.
올해 아트부산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버텼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아트부산이 다시 설득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큰 규모가 아니라, 갤러리와 컬렉터가 이 시기에 부산을 선택해야 할 분명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