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는 부산 시민이 즐겨 찾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미식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하카타역의 유명 크루아상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선다. 달콤한 버터 향이 입안에 퍼지는 그 빵을 맛보는 순간은 여행의 추억이 된다. 요즘에는 텐진 지하상가의 고구마스틱도 인기다. 고구마를 가늘게 썰어 튀긴 단순한 간식이지만, SNS를 타고 ‘후쿠오카 필수 먹거리’가 됐다. 정작 맛만 놓고 보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음식 자체의 맛보다 ‘그곳에서 먹어봤다’는 경험이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풍경은 이제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먹는 즐거움을 찾아 한국을 찾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유명 식당은 물론 골목 맛집과 카페, 길거리 음식까지 찾아다니는 ‘K-푸드 투어’가 여행의 핵심 일정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역 인근에서는 돼지국밥을 먹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고, 남포동에서는 씨앗호떡을 사려고 줄을 선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호떡을 굽는 손놀림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맛보며 매콤한 한국식 간식 문화에 빠진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드라마 유튜브 숏폼 영상에서 본 한국의 편의점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관광객 역시 크게 늘었다. 컵얼음에 바나나맛 우유와 헤이즐넛 커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뚱바 헤이즐넛 라떼’ 만들기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필수 체험이 됐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끌고 편의점으로 향해 자신만의 레시피로 라면 커피 등을 먹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라면과 삼각김밥, 즉석 조리식품도 인기다. 우리에게는 일상인 편의점이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문화 체험 공간인 셈이다. 그 결과는 매출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U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101.2%, GS25는 74.2%, 세븐일레븐은 60% 증가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마트 광복점에는 과자와 바나나맛 우유 등 한국 간식을 담는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예전에는 김과 김치가 쇼핑 목록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간식이 관광 기념품이 됐다.
명승지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여행에서 벗어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시장 골목에서 간식을 사 먹는 소소한 경험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작은 간식 하나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그 지역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시대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