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2030세대의 민심이 차갑기 그지 없다. 6·3지방선거와 각종 여론조사에 드러난 지표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으로 여겨진 2030세대가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민주당 지지층은 “청년층이 극우화 됐다”고 혀를 차고, 친여 성향 스피커들은 이들에게 ‘철딱서니 없는 극우’ 딱지를 붙이며 통하지도 않는 훈수를 두려 한다.
청년층이 보수화가 됐다기 보다는 반(反)민주당 성향이 높아졌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다. 이전보다 보수화된 성향이 드러나기는 하나 4050세대처럼 맹목적인 민주당 지지와는 달리 보수 정당이 기대에 못 미치면 언제든 다시 돌아설 수 있다. 지금 2030세대가 중심이 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반민주당 정서에 기댄 단기적인 반사 이익일 뿐,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는 아님을 국민의힘은 자각해야 한다. 장동혁 대표 거취를 둘러싼 내홍이 커지면서 지지율 반짝 상승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조짐을 보인다.
‘영포티(young forty)’라는 조롱과 멸칭으로 민주당과 지지층에 반감을 표시하던 2030세대는 이번 지선에서 투표를 통해 쌓여온 속내를 정치적으로 표출했다. 민주당이 가장 뼈아프게 여기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2030세대 남성은 물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여성 유권자의 표심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승리했다. 비상이 걸린 민주당은 부랴부랴 청년층 민심 회복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정부는 35세까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꺼내 들었지만 차갑다 못해 서늘하게 식은 청년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근본 처방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가 민주당을 등진 가장 큰 이유로 정치 평론가들은 ‘공정과 성과’를 말한다. 2030세대는 공정한 기회와 그에 따른 성과를 받아들인다. 지금 내 위치는 내 능력의 문제이며, 그에 따른 결과는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식한다. 과정의 공정보다는 결과의 공평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기조에 동의하기 힘들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에도 강한 반감을 보인다. 대통령이라고 할 지라도 잘못이 있다면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것이 공정의 발현이다. 민주당이 특검을 통해 대북송금 의혹 등 대통령이 연루된 수사와 재판 모두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려 한다는 시도는 이들에게는 불공정 자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마저 권력의 힘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는 청년세대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공정의 파괴로 인식된다.
경제적 불균형도 기득권에 대한 반발로 드러난다. 2030세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치솟는 집값과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 등 불안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부동산 급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데 이어 코스피 광풍에서 자산 격차를 벌린 것도 기성세대다. 부동산 규제로 월세는 비싸지는데 물가마저 계속 오른다. 심화되는 자산 격차 앞에 느끼는 무력함은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포퓰리즘성 현금 살포가 자신들이 갚아야 할 미래의 빚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2030세대가 정부와 민주당에 호감을 가질 수 없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기반한 기성세대의 사회적 통제와 ‘내 멋대로’ 규정은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에게는 묵과할 수 없는 폭력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벅스 사태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5·18민주화 운동을 조롱했다고 비판할 여지도 있지만, 기업의 무신경함이 빚어낸 잘못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이 나서 ‘저질 장사치’를 운운하고 장관들이 불매를 조장했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면 ‘극우, 일베’로 사회적 낙인을 찍으려 했다. 청년층에서는 기업의 잘못은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무슨 권한으로 자유를 침해하느냐는 반론이 터져나왔다. 배재고 야구부 ‘스타벅스 가야지’ 사건에서도 학생들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분위기에 억눌려 선수 생명을 끊을 수도 있는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를 내린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배재고 앞에 어린 학생들에 대한 멸시를 담은 근조 화환을 내건 진영의 폭력성에 더 분노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불을 지핀 ‘무섭노’ 일베 논란도 진영 결집을 위해 국민 갈라치기와 분열을 일삼는 저열한 ‘꼰대 정치’로 규정한다.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 ‘합법적인 몽둥이로 때려야 한다’는 등 반민주당 정서를 표출하는 청년층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친여 성향 유튜브 방송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진영의 정치적 이익이 걸린 스타벅스 관련 사태는 죽기살기로 비난하는 자들을 보면서 2030세대와 곧 유권자가 될 10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