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길엔 새소리가 숲의 윤곽을 만들었다. 새들은 자신의 언어로 지저귄다. 안개가 깊어도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해외로 건너간 이들은 모국어를 잊을까? 미국의 한국계 작가를 내가 처음 접한 건 2004년 여름이었다. ‘딕테’를 통해서였는데, 그 책에서 차학경은 자신의 어머니, 자기 삶을 한국어 영어 사진 등을 섞어가며 충격적으로 풀어나갔다. 한국문학을 규정하던 나의 ‘우물 안 개구리’ 안목이 산산조각나는 계기였다.
나는 내일 미국으로 떠난다. ‘재미시인협회 여름문학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재미시인협회’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분들을 위해, 협회 회장이신 지성심 시인님과 나눈 대화를 여기 소개한다.
김이듬: 안녕하세요? ‘2026년 재미시인협회 여름문학축제’의 문학 강연자로 저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는 ‘재미시인협회’가 낯선데요, 협회가 생긴 지 오래되었나요? 회원분이 많으세요?
지성심: 재미시인협회는 1987년에 창립되어 올해로 서른아홉 해를 맞이했습니다. 당시 이민자들의 어려운 삶 속에서 뜻을 모았던 전달문(초대 회장) 송순태 김문희 조성희 김만식 곽상희 이은실 임천석 시인님 등이 창립의 주춧돌을 놓아주셨습니다. 현재 저희 협회에는 미주 전역에 걸쳐 136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협회 사무실이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100여 명의 회원들이 계시며, 타 주에서도 창작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연대하고 계십니다.
김이듬: 오는 7월 18일에 ‘제39회 여름문학축제’가 열립니다. 매년 문학 특강을 위해 한국에서 작가를 초청하십니까?
지성심: 창립 이래 매년 거르지 않고 문학축제를 이어오며 한국 문단과 미주의 소중한 분들을 초청해왔습니다. 정희성 송기한 장석남 문태준 이형권 천양희 유안진 유성호 나태주 권혁웅 시인님 등 40여 분이 다녀가셨고 올해는 감사하게도 김이듬 시인님께서 자리를 빛내주십니다.
김이듬: 이번 여름문학축제에 ‘제5회 정지용해외문학상’과 ‘2026년 재미신인상’ 시상식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수상의 영광을 누리실까요?
지성심: 올해 재미신인상 최우수상에는 엄규응, 우수상에는 서천숙 한원희 님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분들은 목회자, 의사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묵묵히 본업을 수행하시면서 글을 써오시다가 등단의 결실을 맺으셨습니다. 또 정지용해외문학상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 옥천군과 연계해서 지용을 기리는 뜻깊은 상으로 5회째 수상자는 캘리포니아의 사진작가이신 이도미 시인입니다.
김이듬: 모든 분께 축하드립니다. 해외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요. 그 어려운 작업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성심: 해외에서 모국어로 시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어를 사용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 현재의 삶을 함께 품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민자의 삶은 두 문화와 두 언어 사이를 오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내며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넓혀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디아스포라 문학이 과거를 붙드는 문학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로 새로운 삶을 창조하며 영역을 넓혀가는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시인협회는 그런 여정을 혼자 걷지 않도록 함께 배우고,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는 문학 공동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이듬: 회장님께서도 활발히 창작 활동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이번 ‘실천문학’ 여름호에 발표된 작품도 잘 읽었습니다. 이제 대화를 마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분들에게 인사 말씀을 들려주시겠어요?
지성심: 이제 미주 문학은 본국 문학의 ‘이방인’이나 번외가 아니라, 한국 문학의 영토를 지구 반대편으로 넓혀가는 또 하나의 당당한 갈래라고 생각합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글로벌 시대를 맞이했고, 한 편의 시가 먼저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있는 이 시대에 미주 시인들의 작품에 따뜻한 관심과 애정 어린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