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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100인의 아빠단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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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보건복지부와 부산시가 주최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가 주관하는 ‘부산 100인의 아빠단’ 요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딸은 처음 보는 재료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또띠아’ 반죽을 조물조물 만지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예전 같았으면 활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엄마는?”이라는 말이 몇 번 나왔을 텐데, 그날만큼은 단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해운대구 육아아빠단에 지원했던 이유도 바로 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당시 네 살이던 딸은 유독 엄마만 찾는 이른바 ‘엄마 껌딱지’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를 아내에게 맡겨왔던 터라 아빠로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했다. 참석률 100%를 기록할 만큼 빠짐 없이 함께했다. 다만, 활동마다 아빠와 엄마, 딸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하다시피해 스스로 웃음이 나오곤 했다. 취지는 아빠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는 잠시 쉬는 것. 우리 가족은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한 셈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올해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가 주관하는 ‘100인의 아빠단 10기’에 다시 지원했다. 지난 3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발대식을 시작으로 해운대구 장산공원 숲 놀이터를 함께 뛰어다니고,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처음으로 승마를 체험하며 추억을 쌓았다. 활동 하나하나가 특별했던 이유는 프로그램의 내용보다 그 시간만큼 온전히 딸과 나, 둘만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함께 웃으며 보내는 시간이 반복되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새 딸은 낯선 장소에서도 자연스럽게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고,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때 딸이 엄마만 찾았던 것은 아빠의 사랑이 부족해서도, 아이가 유별나서도 아니었다. 그저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던 것뿐이었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도록 함께 시간을 보낸 결과, 딸과 나는 조금씩 가까워졌고 그 과정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발대식에서 당시 부산시장은 예상보다 높은 지원율을 언급하며 “100인의 아빠단이 앞으로는 1000인의 아빠단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실제로 더 많은 아빠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빠는 육아에 자신감을 얻고, 아이는 아빠를 더욱 든든한 존재로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가족의 행복을 키우고, 나아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도 의미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 역시 여전히 서툰 아빠다. 하지만 이제는 딸이 먼저 자기 손을 내밀어 준다. 그 작은 손의 따뜻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 되었다.
‘부산 100인의 아빠단’은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빠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혹시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아빠가 있다면 꼭 말씀 드리고 싶다. 완벽한 아빠일 필요는 없다. 저처럼 서툴러도 괜찮다. 용기를 내어 한 걸음만 내디뎌 보시라고. 그 한 걸음이 우리 가족에게 그랬듯이, 여러분 가정에도 분명 따뜻한 변화를 가져다 줄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