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걸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부와 권세를 모두 쥔 통치자들은 오죽할까. 19년째 집권 중인 다니엘 오르테가(81) 니카라과 대통령은 최근 “더는 선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종신 독재 선언이다. 진시황처럼 무한집권을 위해 신의 영역인 ‘불멸’에 도전한 망상가도 숱하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은 현대판 황제로 불리는 철권 통치자들의 욕망이 드러난 무대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즘 70대면 아직 젊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생명공학 발전으로 인간의 장기는 끊임없이 이식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불사에 이를 수 있다”고 화답했다. 다시 시 주석은 “인간이 150살까지 살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고 덧붙였다. 72세 동갑인 둘의 은밀한 대화는 의도치 않게 TV에 생중계 돼 세상에 알려졌다. 푸틴의 ‘불사’ 발언은 농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러시아는 ‘신(新) 건강 보존 기술’ 개발 국가계획에 260억 달러(약 39조 원)를 투입하고 있다.
의학 발전으로 인간 수명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늙고 병든 장기를 기계부품 바꾸듯 할 정도는 아니다. 반면 100세 시대의 부작용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최신연구에 따르면 세계인의 기대수명이 1990년 64.6세에서 2023년 73.8세로 9.2년 증가한 사이 건강수명은 55.9세에서 63.1세로 7.2년 느는 데 그쳤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1990년 평균 8.8년에서 2023년 10.7년으로 1.9년 늘었다. 평생의 14.5%를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낸다는 의미다. 가족 중 누군가가 10년 이상 질환에 시달리면 가정경제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마저 파탄 난다.
고소득 국가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아픈 기간도 증가했다. 2023년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미국(14년) 호주(13.9년) 캐나다(13.7년) 순이었다. 한국은 11.6년으로 1990년에 비해 2.2년 늘었다. 고령화 시대 보건정책 목표가 ‘건강수명’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픈 노후’는 부산이 직면한 가장 큰 난제다. 질병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25.3%로 전국 최상위권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방법을 찾고 있으나 만병통치약 개발은 불가능한 임무에 가깝다. 그렇다면 초고령화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뚜렷해진다. 부산을 항노화와 건강수명 연구의 허브로 키우는 것이다.
이노성 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