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안리에서 무슨 행사 있었습니까.” “드론쇼 했어요.” 토요일인 지난 25일 밤 부산 수영구 광안동 일대를 운행하는 시내버스에서 승객들이 나눈 대화다. 버스 안이 가족 단위 피서객과 외국인으로 만원이었다. 매주 토요일 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광안리해수욕장의 드론쇼가 부산의 대표 야간 콘텐츠이긴 하다. 이날은 포켓몬 드론쇼로 프로그램이 약간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었는데도 구경 인파 규모가 불꽃축제를 방불케 했다. 도시철도 역사로 향하는 지상 계단 입구부터 긴 줄을 서는가 하면 인도는 인도대로 사람 물결에 떠밀려 다녔다. ‘7말 8초’ 여름 휴가 성수기 첫 주말 부산의 모습이다.
전국 바캉스족 절반이 몰린다는 부산의 해수욕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해운대에는 지난 25일 25만여 명이 찾았고 광안리(8만여 명) 등 해수욕장 8곳을 합치면 단 하루치 인원만 40만 명에 가깝다. 지난달 26일 개장 이후 해운대해수욕장 누적 방문객 수는 200만 명에 이른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부산 전체 해수욕장 방문객 3000만 명 돌파가 어렵지 않을 듯하다. 내수 회복으로 내국인 이동이 활발해진 데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도 급증한 여파다.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5월까지 200만 명에 근접한다.
부산이 역대급 피서 인파를 모으는데는 날씨도 한몫 한다. 지난 1일 늦장마가 시작됐지만 첫 주말(4, 5일)을 제외하면 부산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마른 장마가 지나쳐 가뭄 장마라는 형용모순이 생길 지경이다. 대신 낮 최고 35~38도, 체감기온은 40도에 육박하는 불볕 더위가 연일 이어진다. 무엇보다 주말 날씨가 3주째 쨍쨍하다. 토·일요일에 비가 내리면 “한 철 장사를 망쳤다”던 해수욕장 상인의 푸념을 요즘 듣기 힘들다. 쌩쌩 돌아가는 더위 경제는 무더위로 힘겨워하는 사람들과 딴 세상이다.
기상이변은 분명 재앙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역이용 방법을 찾는 것도 인간이다. 부산에 해수욕장만 있는 게 아니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은 부산시민공원, 시드니하버 저리 가라 할 북항친수공원이 있다. 중화권 관광객 만족도 조사에서 부산이 아시아 8개 도시 중 싱가포르 도쿄 서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엄밀히 말하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글로벌 관광 트렌드 변화나 K-팝 유행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이 참에 자연 인프라 날씨를 접목해 부산을 대체불가 관광지로 못박을 정책이 긴요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도 준비된 자만이 할 수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