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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노후 기반시설, 첨단기술로 관리

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 원장

  • 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 원장
  •  |   입력 : 2026-08-03 18:49:3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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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급속한 시설물 노후화가 겹치면서, 과거 기준으로 설계된 교량·터널 같은 기반시설의 구조적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도로시설물은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화 비율이 2030년이면 43.3%(전체 15만3561개 중 6만6463개)에 달할 전망이다. 10년 전만 해도 18.4%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속한 노후화를 실감할 수 있다. 이것은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80~9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한 기반시설이 한꺼번에 노후화하기 때문이다.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한 대비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기반시설 유지 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2010년대 후반까지 국가 인프라 점수가 ‘D+’이라는 저조한 평가를 받았고, 시설물 붕괴 사고와 막대한 예산 소요라는 후유증을 겪었다. 반면 일본은 정보통신·로봇·센서 중심의 인프라 장(長)수명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시설물 노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반시설관리법’을 제정했다. 작년 연말에는 노후시설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 대상을 확대하고, 안전등급이 낮은 취약시설물에 대한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설물안전법’도 개정했다.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비하기 위해 제도 정비 못지않게 첨단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먼저, AI 기술을 시설물 유지관리 분야에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오랜 세월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업무가 AI를 앞세워 급속히 무인화·지능화하는 추세다.

첨단기술 개발은 시설물 점검·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의 노후시설물 유지관리는 인력 중심의 수동점검에 의존하기 때문에 점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진단의 정확도가 점검자의 역량에 좌우되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개발과 활용이 시급하다.

급속한 기후변화도 새로운 첨단기술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는 기반시설의 성능을 떨어트리고 노후화를 가속화하는 직접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이 특히 중요하다.

국토안전관리원은 2022년부터 5년 동안 30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반시설 첨단관리 기술개발’ 연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의 구체적인 목표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영상 촬영이 가능한 드론과 센서로 시설물의 상태를 정밀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교량 사면 터널의 변형과 결함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 드론과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시설물 결함의 진행 추이를 정교하게 파악하고, 점검 소요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둘째, 구조물의 노후화를 지연시켜 주는 자가(自家) 치유 콘크리트 같은 첨단 재료와 원격 제어가 가능한 보수·보강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비를 활용하면 교량과 같은 기반시설물의 보수·보강 작업에 필요한 도로 통제 시간을 크게 줄이고, 구조물의 성능도 신속히 회복시켜 시설물의 장수명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목표는 ‘성능 중심 자산가치 평가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도로 교량 터널 같은 기반시설의 가치를 구조물의 실제 성능과 노후화 상태를 반영해 산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시설물 보수 보강과 성능 개선을 위한 최적의 시점과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도출할 수 있다. 제한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투입해 안전과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반시설의 안전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노후 기반시설을 안전하게 오래 사용하는 데 필요한 AI, 드론, 비파괴 검사 같은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투자도 필요하다. 기존 인력에 의존하는 기반시설 관리도 AI 기술 중심의 선제적, 예방적 관리 체계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기반시설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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