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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환자의 희망, 헌혈의 힘

구정회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

  • 구정회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
  •  |   입력 : 2026-08-06 18:41:5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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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의학의 발전에 감사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치료하기 어려웠던 질환을 약물과 수술로 극복할 수 있고 첨단 장비로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의료진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혈액입니다. 수술 중에는 예상하지 못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응급실에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많은 피를 흘린 응급환자가 옵니다. 항암치료 환자와 혈액질환 환자에게 적혈구나 혈소판 수혈은 중요한 치료 과정이며, 출산 중 갑작스럽게 많은 출혈이 발생한 산모에게도 신속한 수혈이 필요합니다. 이때 의료진은 수액과 약물을 투여하고 출혈 부위를 지혈하며 필요한 수술과 처치를 합니다. 하지만 공급할 혈액이 충분하지 않으면 의료진의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혈액은, 있으면 좋은 보조 수단이 아니라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준비돼야 하는 필수 치료 자원입니다. 이처럼 환자와 가족에게 혈액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의료진에게는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수단이고, 보호자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인 것입니다. 환자가 수혈로 고비를 넘기고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헌혈자 한 분의 선택이 얼마나 소중한 결과를 만드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질병을 분석하고 로봇이 정교한 수술을 돕는 시대지만, 사람의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대체 할 수 없습니다. 혈액에는 유효기간도 있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무한정 보관할 수도 없습니다. 안정적인 혈액 공급을 위해서 건강한 시민의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헌혈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방학과 휴가로 헌혈이 줄고 폭염과 장마로 외출을 미루는 사람이 많아져 혈액 수급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응급환자의 생명과 환자의 치료에는 휴가가 따로 없습니다. 수술을 앞두거나 수혈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누군가의 헌혈은 생명을 이어주는 가장 절실한 희망입니다.

헌혈이 건강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헌혈 현장에서는 문진과 기본적인 건강 상태 확인을 거쳐 헌혈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걱정되는 점은 헌혈 현장의 의료진과 상담한 뒤 참여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헌혈은 단순히 혈액을 나누는 행위가 아닌 의료진이 필요한 치료를 이어가도록 돕고, 한 가정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생명 나눔입니다. 지금도 생사를 다투면서 수혈을 기다리는 환자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일회성 참여를 넘어 주기적으로 헌혈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업과 공공기관, 학교와 각종 단체도 헌혈과 헌혈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주십시요.

부산은 어려운 순간마다 이웃을 먼저 살피며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 온 도시입니다. 그 따뜻한 시민정신이 올여름 헌혈 행렬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헌혈은 의료진에게 치료를 이어갈 힘이 되고, 환자와 가족에게는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가닥 희망이 됩니다. 한 사람의 헌혈이, 한 사람의 내일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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