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지난 4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을 ‘회피형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거부에 대한 명확한 의견 없이 애매한 입장을 냈다면서 개정 형소법 국무회의 의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거부권과 관련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 60% 이상이 반대하는 법안에 대해 법 시행이 필요한 이유와 명분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대신 ‘국회 입법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앞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입장을 내면서도 국회로 공을 넘긴 것도 앞으로 발생한 부작용은 전적으로 ‘국회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개정 형소법을 안 읽어봐서”라고 말해 다시 ‘책임 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형소법 개정에 대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검·경 합동수사본부 운영과 관련 “개정된 형소법을 저는 안 읽어봐서, 개정된 법에 의하면 검사는 (합수본에서)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로 검사의 직접 수사가 금지된다. 이에 따라 특검이나 검경 합수본에서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검사가 협력 수사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검사의 직접 수사를 가르는 기준이 없어 법정에서 유효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 정성호 법무장관도 합수본 운영 근거가 사라졌다는 입장을 보인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검찰 수사권 폐지를 대통령이 제대로 법안조차 읽어 보지도 않고 결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인 이 대통령이 법안을 읽어보지 않았다거나 법안의 구조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결국 발언의 맥락은 법안의 흠결을 지적하면서 이를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을 하는 동시에 ‘나는 사실상 반대했다’는 일종의 알리바이성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스스로 문제가 있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법 시행 이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책임 회피성 밑자락을 깔아뒀다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만 가지는 권한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발동해야 할 대통령의 권한을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둔 정치적 고려때문에 외면했다면 명백한 책임 회피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