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지역안전지수에서 부산시는 생활안전 분야 1등급을 받았다. 지역안전지수는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 지방자치단체 안전수준을 1~5등급으로 평가한 지표다. 1등급일수록 안전하고 5등급일수록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다.
생활안전 1등급은 부산이 시민의 일상생활 속 사고위험을 관리하고, 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평가에서 부산은 범죄와 화재 분야는 5등급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부산을 단순히 안전하지 않은 도시로 볼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생활안전 분야에서 확인된 안전관리 역량을 범죄예방과 화재위험 관리 분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진다.
특히 범죄 분야는 시민의 안전한 삶과 직결된 것으로 관심갖지 않을 수 없다. 지역안전지수의 범죄 분야는 단순히 범죄 발생 건수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5대 주요 범죄 발생 건수 외에도 집객시설수, 주점업체수, 경찰관서수, 범죄예방 CCTV 대수, 아동안전지킴이집수, 자율방범대원수 등이 함께 반영된다. 결국 범죄예방은 경찰 단속이나 CCTV 설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 환경 진단, 예방시설, 주민 참여, 지역사회 대응역량이 같이 작동해야 하는 생활안전의 확장 과제다. 여기서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범죄예방환경설계) 역할이 중요하다. CPTED는 조명, CCTV, 공간배치, 출입통제, 유지관리 등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어려운 생활환경을 만드는 접근이다. 단순한 시설 설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공간 위험을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행하며, 기능 유지와 개선 여부를 지속 확인하는 관리체계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부산은 이미 범죄예방 환경디자인과 방범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조례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기반이다. 이제는 이 기반을 위험진단 실행관리 사후평가로 더 정교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즉 ‘CPTED 사업을 했는가’보다 ‘CPTED가 실제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부산의 도시공간은 매우 다양하다. 원도심 산복도로 항만 배후지역 관광지 대학가 전통시장 고밀도 주거지역은 각각 다른 범죄위험 요인을 갖는다. 따라서 부산형 CPTED는 획일적인 시설 확충이 아니라 구·군별 공간특성과 생활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실행관리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업대상지를 정할 때도 경찰자료, 112신고자료, 주민의견 야간보행환경, 집객시설과 주점업 밀집도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치 이후의 관리다. 조명 CCTV 비상벨 등 방범시설은 설치 자체보다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고장이나 훼손이 방치되지 않는지, 실제 취약지역에 배치되었는지,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이 줄었는지까지 확인되어야 한다. 그래야 CPTED가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생활안전 정책이 될 수 있다.
생활안전 1등급은 부산의 강점이다. 이제 그 강점을 범죄예방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 지역안전지수는 성적표이면서 동시에 정책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