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화계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읽었을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왕이 귀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일리아드’와 함께 수천 년 전 상황을 보여주는 대서사시로 영웅의 활약과 전쟁의 참혹함을 전하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대국가 간의 무역 정치 사회, 그리고 그들이 후세에게 전해주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당시의 데이터 함축 판이다.
최근 필자가 배웠던 인류 역사의 시작을 완전히 뒤집은 유적이 튀르키예의 괴베클리테페에서 발견됐다. 기존 인류사가 시작되기 전 수렵 채집인들이 거대 T자형 거상과 복잡한 구조물을 짓고, 서로 협력하면서 후세에게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고 수많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는 현재의 데이터센터와 동일시할 수 없지만 당시 사람들이 모든 역량을 투입해 현재도 하기 힘든 초대형 프로젝트 데이터센터를 만든 것이다.
수천 년 후 이집트 피라미드를 만든 왕도 비록 자신의 무덤이지만 거기에 후손들에게 전하는 수많은 문자와 그림 데이터를 새겨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기록한 데이터를 남겼다. 이를 통해 우리가 엄청난 정보를 얻지만 현시대에서도 실현 불가능한 데이터 결과물도 있다. 여기에 고대 이집트 국력이 집중됐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역사 데이터센터가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로, 7000년 전 울산 앞바다에 나타난 고래의 종류와 생활상을 보여준다. 또한 고래잡이 배의 형태와 몇 명의 선원이 타서 고래를 잡았는지 등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작살과 그물망, 심지어 잡은 고래를 어떻게 분배했는지 등도 보여주는 생생한 데이터센터다.
고래잡이 이후 세대들은 이런 데이터센터 암각화에 육지 동물인 멧돼지 호랑이 사슴 등을 잡아서 해체하는 모습 등을 수천 년간 이어서 기록했다. 인근 천전리 각석에서는 신라시대 화랑의 기록도 넣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데이터센터다. 아마도 당시 최고의 권력자가 최고의 기술자를 투입한 최고의 국가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아주 중요하지만 안타까운 데이터센터도 있다. 만주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다. 고구려의 엄청난 국토와 당시 중국과의 국경분쟁,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등을 생생하게 기록한 데이터센터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 귀속돼 중국의 동북공정에 서서히 왜곡되고 잊혀 간다. 당시 고구려도 이 역사물을 기록하기 위해 엄청난 국가적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우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이터 코드지만 현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업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경쟁과 유치가 치열하다. 이에 따른 냉각수와 전력 문제 등 상당한 갈등도 존재한다.
울산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냉각수 등의 지역 갈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수중, 수상 데이터센터 등 각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산업구도 개편과 일자리확대, 그리고 기존 전통산업의 고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은 산업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조 데이터가 입력되고 이를 통한 로봇 산업 데이터와 각종 IT 기반 산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성공이 기대된다.
향후 지속적인 반도체 IT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로봇, 드론, 우주산업의 발전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크게 만들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데이터센터에는 단순한 산업 데이터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기술과 경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류가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까지 담아야 한다. 오늘 우리가 만드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우리 시대의 기록이자 문명의 기억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