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는 35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열병식이 열렸다. 이날 열병식은 특별했다. 통상의 다른 나라처럼 위압적인 병사 전차 미사일 퍼레이드 대신 드론과 무인 군용 차량, 로봇 부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무인(無人) 군대’라는 현대전쟁의 패러다임이 전면에 등장한 상징적인 모습이다. 장기전으로 축적된 전투 경험, AI의 비약적인 발전이 맞물리면서 우크라이나는 드론 강국으로 급성장했다.
러시아 군사력에 비해 현저한 열세라고 평가받던 우크라이나가 4년째 전쟁을 끌고 온 것은 드론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공격용 드론은 이제 무인전차·함정·로봇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AI가 탑재된 드론 기술이 하늘에 국한하지 않고 바다와 강, 산과 들판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다. 열병식에는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드니프로강에 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무인정이 등장했다. 러시아 함대에 맞설 수 있는 첨병이다. 무인 전차 수십대가 키이우 도심을 행진했다. 이 외에도 정찰 및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다양한 지상 로봇도 등장했다. 이 로봇들은 지뢰 매설 및 제거, 탄약 운반, 부상병 후송, 정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러시아도 한층 고도화된 공격 드론을 선보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프로판 탱크를 타격할 때 AI가 인간의 지시 없이 공격 대상을 스스로 선정해 타격하는 ‘자율 살상 드론’을 투입한 것으로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이 드론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외부 통신용 안테나가 없는 대신 엔비디아의 초소형 컴퓨터 ‘젯슨 오린(Jetson Orin)’이 탑재돼 있었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공격 대상을 지정하면 AI가 비행 경로를 유지하거나 목표물을 추적하는 식의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공격 대상을 AI가 자체 판단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지점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AI와 피지컬 로봇이 결합한 ‘터미네이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가 오판을 내릴 경우, 무고한 인명 피해와 되돌리기 힘든 참사가 발생할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AI가 더 발전하면 인류를 적으로 돌리는 공상영화 속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
여러 논란에도 AI를 접목시킨 드론은 군사·전략적으로 시대적 흐름이다. 계엄 사태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해체 수순을 밟은 국군 드론작전사령부의 후속 개편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