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빠지지 않는 단골 검증 대상이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다주택 보유, 재산 축소 신고 등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직 수행 자질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로 활용돼 왔고, 실제 낙마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2002년 장상 총리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이어 지명된 장대환 후보자 역시 부동산 투기와 자녀 위장전입 등의 논란을 넘지 못하고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장관급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됐다. 2019년에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 보유와 딸 부부에 대한 아파트 증여 논란 등으로 결국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정부 2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들에게서도 비거주 주택 보유와 갭투자, 특별공급 등을 둘러싼 부동산 투자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철거민 ‘딱지’ 재테크는 논란이 컸다. 강 후보자는 2008년 3월 강원도 화천 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1997년 증여받은 본인 소유의 서울 구로구 천왕동 주택으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같은 날 제주도에 살던 강 후보자의 부친도 이 집으로 전입했다가 사흘 뒤 인근 주택으로 세대를 분리했다. 이들은 이후 각각 철거민 자격을 얻어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았다.
철거민 특별공급은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살던 집을 잃게 되는 철거민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투기 논란이 불거지자 2008년 4월부터는 임대주택을 특별공급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강 후보자는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17년 전 매입한 경기 과천 아파트에 두 차례, 모두 합쳐 4개월만 거주했다. 실거주하지 않은 채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이른바 갭투자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서울 구로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은행 대출과 장모에게서 빌려 충당했다.
철거민 ‘딱지’부터 영끌·갭투자까지, 서민들에게는 낯선 온갖 재테크 수단이 등장한다. 이런 부동산 재테크로 자산을 불린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통과해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 앉게 된다면 어떨까. 정부가 영끌과 갭투자를 막겠다고 한들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부동산 성적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