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은 제8회 청년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부산형 청년보장제를 선언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 7월부터 즉시 시범사업을 시작한 ‘첫 경력 보장제’를 핵심 사업으로 한 청년보장을 통해 부산에서 청년이 일 경험을 쌓고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에서는 최종 청년 참여자 15명에게 20시간의 사전 직무교육과 최장 4개월의 일 경험을 제공하는 정도이지만, 향후 최대 1년간의 일 경험을 보장하는 본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청년보장(youth guarantee)이 어떤 개념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청년보장은 구체적인 개별 정책 사업이 아니라 철학을 담은 프레임워크에 가깝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높은 청년실업과 NEET 문제에 대응하는 청년고용 정책의 새로운 틀로서, 청년보장을 제시했다. 구체적 권고 사항은 25세 미만 청년이 정규교육을 마친 뒤, 혹은 실업 상태가 된 후 4개월 이내에 괜찮은 일자리, 추가 교육이나 직업 훈련, 도제식 직업교육, 인턴십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설계하라는 것이었다. 2020년 강화된 청년보장에서는 대상 연령이 29세까지로 확대되기도 했다.
국내 청년정책의 도입과정에서도 EU의 청년보장 개념, 그리고 거기에 기반해 이미 도입한 유럽 각국의 청년 고용 관련 정책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2015년 서울시가 마련한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서울형 청년보장’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2019년 대구시가 ‘대구형 청년보장제’를 실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맥락 위에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주거 교육 복지 문화 참여 등을 아우르는 청년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청년 고용 문제에서의 실질적인 기회 보장의 의미보다는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부르는 수사적 명칭으로 보장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측면이 크다. 전 시장이 이번에 천명한 ‘부산형 청년보장제’라는 정책 기조는 그 말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앞으로 부산시가 청년정책을 책임성 있게 개선하고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하게 토론해야 할 것은 청년에게 무엇을, 얼마나, 폭넓게 보장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 방법론이다. 현재 부산의 청년이 경험하는 어려움, 그리고 그로 인해 청년 인구가 유출되는 상황의 핵심 원인은 부산에서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일자리 기반 부족이다. 따라서 청년의 삶을 다면적으로 보장하되, 그 보장의 기초를 노동시장 이행의 문제에서부터 찾겠다는 기획에는 타당성이 있다. 다만 ‘첫 경력 보장제’는 예산 투입을 통한 적정한 정책 규모의 양적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청년 체감도나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름은 보장으로 바뀌었지만, 소수의 참여자를 선발하는 사업에 머무른다면 정부 재원을 직접 활용한 단기적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른지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구별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이 자기 성장과 경력 획득, 일자리 이행 등의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밀한 사업 설계가 필요하다. 기존 다양한 일경험 지원사업에서는 막상 매칭된 사업장에서 청년이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의 일 경험 과정에서 훈련의 책임을 맡은 기존 직원들이 청년을 짐짝처럼 여기는 경우나 역으로 청년 참여자를 방치해두어 출근은 하지만 일경험은 쌓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경험 지원사업 참여 경험이 인정받는 경력보다는 오히려 낙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년을 포함한 모든 인간에게 일자리가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는 사회 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설명할 자리가 필요하고, 직업을 갖고 노동을 하는 일은 그 자리를 찾는 가장 일반적이고 제도화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괜찮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존엄을 확보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내실 있는 ‘첫 경력 보장제’를 통해 청년의 일경험뿐만 아니라 이행기 청년의 존엄이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