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배정철 AI정책 전문가·동원과학기술대 초빙교수

  • 배정철 AI정책 전문가·동원과학기술대 초빙교수
  •  |   입력 : 2026-09-21 18:49:2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류는 기술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해 왔다. 증기기관은 힘의 한계를, 전기는 시간의 한계를, 컴퓨터와 인터넷은 정보의 한계를 넘어섰다. 이제 또 하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사람이 기계에 일을 시키던 시대에서, 기계가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우리는 지금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 있다. 시키는 기계에서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로 자동화는 사람이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기계가 움직이는 세계였다. 센서가 신호를 보내면 제어기가 작동하고 모터와 액추에이터가 움직인다. 생산라인은 물론 자동문과 엘리베이터, 자동차까지 현대 산업과 일상의 상당 부분이 이 원리 위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AI는 이 질서를 바꾸고 있다. 기계는 더 이상 미리 정해진 명령만 수행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판단한다.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피지컬 AI가 결합되면 AI의 판단은 화면을 벗어난다. 센서가 현실을 인식하고, AI가 판단하고, 제어시스템이 명령하면 로봇과 기계가 행동한다. 다시 센서가 결과를 확인한다. 인식-판단-제어-행동-피드백의 폐루프가 현실 세계에서 동작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기술의 진화가 아니라 ‘제3의 세상’으로의 전환이라고 판단한다. 그러한 세상은 세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 번째는 AI Native World다. AI를 기존 시스템에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AI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도시·산업·교육·행정을 설계하는 세상이다. 두 번째는 AI Operation World다. AI가 현실세계의 운영체계가 되는 세상이다. 교통·에너지·물류·제조·안전·복지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예측해 도시와 산업의 운영을 지능화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스마트시티에서 데이터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AI 운영도시로의 변화다. 세 번째는 AI Agentic World다. AI가 인간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과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세상이다. 여기에 피지컬 AI가 더해지면 AI는 현실세계에서 직접 행동하게 된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AI가 무엇을 해도 되는가”를 물어야 한다. 자동화 시대의 오작동은 생산라인의 불량이나 기계의 고장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능화 시대 AI의 오류는 다르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움직이고, 산업용 로봇을 제어하고, 교통신호를 최적화하고, 재난 대응을 판단하는 AI의 오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 재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안전하고 책임성 있게 현실세계에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판단했다고 책임까지 AI에게 넘길 수는 없다. 개발자와 운영자, 관리자, 기업과 공공기관의 책임체계가 명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AI를 만드는 사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AI를 현장에서 운영하고, AI와 기계·센서·제어·로봇을 연결하고, AI를 감독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인재는 AI 하나만 잘해서는 부족하다. AI·기계·센서·제어·로봇·현장 문제해결 능력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AI와 현실세계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융합형 인재가 국가와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학교와 교육기관, 산업현장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배움과 자격, 실무와 취업이 하나의 성장경로로 이어질 때 교육은 비로소 지능화 시대의 인재를 길러내는 새로운 인프라가 될 것이다.

자동화는 인간을 대신해 움직였다. 지능화는 인간과 함께 판단한다.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의 시대에는 AI가 현실세계에서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더 똑똑한 AI만이 아니다. 더 안전한 AI, 더 책임 있는 AI, 더 신뢰받는 AI다. 제3의 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그 세상의 주인은 AI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는 도구이고, 인간이 목적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3. 3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4. 4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8. 8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9. 9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9. 9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日 15% 수익보장” 주식리딩방 사기…4억 넘게 가로채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