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武)라는 글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강할, 용감할, 건장할, 날랠, 위엄스러움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무(武)라고 하면 무장(武將), 무인(武人), 무기(武器), 무장(武裝), 무용(武勇), 무사(武士), 무운(武運), 무력(武力) 등에서 느낄 수 있듯 싸움이나 전쟁, 무기 등을 연상케 하는, 문(文)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말이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도 문과와 무과의 구별이 확연했으며 벼슬에 있어서도 무관과 문관의 구별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상류계층인 양반(兩班)도 바로 무반(武班)과 문반(文班)의 둘을 합쳐서 부르던 명칭이다.
그런데 무(武)라는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대방을 찌르거나 살육(殺戮)을 뜻하는 창 과(戈)와 멈추거나 그만두게 그치게 한다는 지(止)가 합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무(武)라는 글자가 뜻하는 이 대단한 모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싸움과 전쟁을 뜻하는 무(武)가 상대방과의 싸움이나 살육의 의미가 짙은 창을 가리키는 과(戈)를 멈추거나 그치게 한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의미란 말인가?
사자성어 중 더위를 더위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있고 또 이 나라 군대(오랑캐)로 저 나라 군대(다른 오랑캐)를 쳐서 제압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것도 있는데 무(武)라는 글자 속에 담긴 뜻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가지는 힘이 있어야 칼이나 창도 막아내고 상대방을 압도할 실력을 갖추었을 때 싸움을 피할 수 있다. 국가도 막강한 국방력을 가지고 있어야 다른 나라와의 전쟁도 막거나 피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는데 공격력이 막강하면 상대팀은 그 공격을 막는데 급급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공격이 지지부진해 지니까 쉽게 수비가 된다는 뜻이다. 오랜 세월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말 중에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주국방이 최우선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도 그 동일선상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틀림없는 말일 것이다.
옛 역사에서도 같은 맥락들을 짚어볼 수 있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군웅할거 하던 전국시대에서 각각의 제후나, 영주 또는 나라의 주인들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 서로 대치하는 국면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백성들이 바라는 평화와 안정은 결코 오지 않는 것이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성한 것도 힘이 바탕이 됐으며 후삼국의 혼란기를 거쳐 고려왕조가 세워진 것도 바로 무력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며 위화도 회군을 기화로 역성혁명에 성공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힘의 우위를 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진시황의 진나라도 무력에 의한 천하통일을 이뤘다. 거의 200년이나 계속된 일본의 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에도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 또한 끈기와 참을성, 그리고 막강한 무력을 앞세워 성공을 거뒀다. 봉건시대의 암흑기를 평정하고 절대왕정을 이룩한 유럽의 왕국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남을 압도하는 힘이나 무력이 있었기에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두가 비록 슬픈 역사지만 평화를 이룩한 그 힘은 결국 무력이었다. 이와 같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절대 선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국력을 기르고 또 길러 외세의 침략에 맞설 튼튼한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해야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의 역사가 이어오는 동안 너무나도 많은 외침을 당했고 침략자의 말발굽과 횡포 속에서 오랜 질곡의 세월을 치욕으로 견뎌야 했다. 치욕의 역사도 엄연한 역사인 만큼 그 치욕의 흔적도 소중히 보존해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비극이나 불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를 위한 산교육의 표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는 미국에 상당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국방력의 현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다변성과 아무리 강조해도 심하다 할 수 없는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인식해 언젠가는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우리의 힘에 의한 완전한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세계 각국이나 지구촌의 공동 번영을 위해 평화공존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더라도 일단 유사시에는 외침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내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강력한 자주국방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것이 없다면 반드시 흘러간 역사의 비극을 다시금 맛보게 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평화공존을 원하고 사랑하는 만큼 외침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나라를 보호하고 우리국민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