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부터인가 내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나는 아주 오래전에 청년을 지나왔다. ‘청년기본법’에 의하면 대한민국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이다. 부산시는 청년을 18세 이상 39세 이하로 정하고 있다. 전남과 강원은 45세 이하까지 확대해 청년을 규정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청년의 나이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인 청년은 최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 변화로 인해 취업난이나 주거 불안정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청년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이 법을 제정해 청년 발전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인 책무를 규정하고, 청년의 권리와 책임을 선언하며, 청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종합계획의 수립·시행을 통해 청년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청년의 권리를 보장하고,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려는 것임’이라고 청년기본법 제정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어찌 됐든 대한민국의 청년을 위해 2020년 청년기본법을 만들었고, 청년이 기본적인 생활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 법에 따라 청년이 살고 싶고, 머물고 싶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일자리·주거·문화 등 삶 전반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도시를 지정하는 것이 ‘청년친화도시’ 제도이다. 부산진구는 전국 최초로 문화·복지형 청년친화도시로 지정돼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청년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전포역 7번 출구 지하 빈 상가. 2026청년친화도시 청년 예술가 전시공간으로 운영할 현장이었다. 전포 카페거리의 명성을 알고 있었고 유명세와 함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으로 인근 주변으로 상권이 확산하고 있는 상태도 알 수 있었다. 전포역은 나의 청년 이전 시기에도 있었지만, 지금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고 한다. 지금은 젊음 그 자체로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 지하철로 향하는 전포역 지하상가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주인 없는 가게의 생기 없음, 사랑받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돼있는 공간이었다. 여기에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다. 몇몇 청년 예술가들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청년 예술은 어떤 목적과 쓰임에 동원되는 소비재’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청년 예술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고 문화예술을 판단하며 퍼져있는 일종의 암세포와 같은 저급한 의식 수준에서 기인한 것인데 반드시 도려내야 하는 악성종양이긴 하다. 예술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가치재라고 생각한다.
청년친화도시 부산진구에서 공개 모집으로 선정된 청년 예술가 30명은 스스로 주인공이 돼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기로 했다. 나의 예술이 가장 빛나기를 바라며 인생 처음으로 전시회라는 걸 해보는 청년, 미술 비전공자라며 자신을 낮추는 청년, 미대 졸업 후 비정규직 미술 강사만 10년째인 청년, 무작정 부산을 떠나고 싶은 청년, 그냥 쉬었음 청년, 아직 학업 중인 청년, 창업이라도 해볼까 하며 두려워하는 청년 등등 나의 도시는 청년이 예술을 하기에 얼마나 위태로운 환경인지 절실히 알게 됐다. 그런데도 예술은 이 청년들을 연결했고 이어주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참여 작가 네트워크 토론 시간을 기다린다. 내 도시의 청년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모두 이 도시에서 어떻게 예술을 하면서 잘 살아갈까 하는 질문과 답이다.
지하에 빈 상가 하나를 핑크색 큐빅처럼 보이게 한 작은 전시장에서 청년들은 저마다 주인공이 돼 자신의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청년 예술 인생의 모든 도전이 축적돼 나의 도시를 더욱 아름답게 발전시켜 주기를 바란다.
여기서 궁금해졌다. 그럼, 중년기본법은? 중장년 낀 세대가 2000만 명이 넘는다는데 말이다. 현재 중장년기본법이 국회에서 발의돼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전 세대를 세분화해 촘촘히 정책을 하겠다는 대한민국이다.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한걸음에 동참하고 싶은 중년 예술가들의 기대가 크다. 지금 39세 청년 예술가는 내년엔 중년 예술가가 된다.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