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에 연루된 바이오기업 제넨셀 창업주 강세찬 씨가 법정 구속됐다. 김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던 공익적 민원이 불법 청탁으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열린 2심에서 강 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 법원은 1심과는 달리 강 씨가 브로커 양모 씨를 통해 김 전 후보자에게 신약 임상 승인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6억 원을 건넨 혐의를 인정했다.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 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약 임상 승인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가한 전모가 무소속 한동훈 의원에 의해 드러난 것이 낙마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의원의 활약이 없었고, 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강행됐다면 2심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 후보자와 민주당의 주장대로 공익적 민원이 될 뻔했다.
불법 청탁을 공익 민원이라고 주장하고, 김 후보자의 기소유예에 무혐의라는 억지 프레임을 갖다 댔던 민주당은 공식 입장이 없다. “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말했던 김민석 대표를 비롯해 김 후보자를 두둔하던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다. 사과 대신 정치적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 전부다.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문제 삼아 소위 ‘한동훈 방지법’ 발의를 추진하는 한편 김 대표는 김 후보자 사퇴 다음 날 개헌추진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청와대 역시 강훈식 비서실장 사퇴 카드로 망가진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뭉개고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법원이 신약 임상 청탁을 명백한 불법으로 판시하고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청탁·성추행 의혹 수사를 맡은 경찰과 경기도당위원장 시절 회계 부정 의혹 조사를 맡은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소극적이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려 11개월 동안 수사를 뭉갰던 일이 재조명되면서 이번 사건도 유야무야식으로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의혹의 진상을 명백히 가려내지 않는다면 훗날 이 사건이 불법 청탁이 아니라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구국의 공익 민원이었다는 내용의 ‘민원인(들)’이라는 영화가 나올지도 모른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