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대미투자 발표 중 닉 베기치 알래스카주 공화당 하원의원의 말을 듣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한국의 대미투자 1호 사업이 확정됐다. 한미 양국은 총 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명시한 내용 등을 담은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를 1일 발표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한국이 3500억 달러(조선 협력 1500억 달러, 전략적 투자 2000억 달러) 상당의 대미투자를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처가 본격화한 셈이다. 1호 프로젝트는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6.472GW 용량의 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인데, 정부는 앞으로 20년간 최소 430억 달러, 최대 450억 달러 수준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양국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1200억 달러)에도 큰 틀에서 합의해 원전 수출이 시동을 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도 공식 대미투자 대상으로 못 박으면서 논란이 커진다. 문서에 ‘검토 착수’로 서명된 사업을 확정된 프로젝트인양 일방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한 관련 발표에서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다. 알래스카 주민에게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동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5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이는 내달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알래스카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여파로 유권자 불만이 커져 공화당의 ‘수성’이 불안해지자 상호 합의도 안 된 사안을 부풀려 한국의 대미투자를 선거에 이용했다는 뒷말이 분분하다.
산업통상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업성과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하는 단계인 만큼 투자 여부나 규모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미국 측에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사업성을 철저히 검증한 뒤 주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우리 입장을 추후 협상에서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1300㎞에 달하는 가스관과 대규모 액화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데다 수익성 여부도 불확실해 그간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아무리 ‘슈퍼파워’의 관세 압박에 의한 투자라 하더라도 미국이 정해놓은 결론으로 무작정 끌려가서는 안 된다. 첫 대미투자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처럼 협력하되 사업성과 안전장치를 꼼꼼히 평가하는 작업이 최우선이다. ‘상업적 합리성과 전략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정부의 대미투자 원칙은 그 어떤 경우에라도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