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최전방 25사단을 방문하면서 양복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것이 논란이 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기자가 “수십 년간 전방을 방문한 국방부 장관들이 군복을 입는 것을 봐왔는데, 왜 양복을 입었느냐”고 묻자 국방부는 강 장관이 예비역 신분인 장관이라며 복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국방부 관계자는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군인이 아닌 장관이 군복을 입지 않는 것이 법령상 맞다고 설명했다. 과거 장관들이 전방에서 군복을 착용했던 관례에 대해서는 부대원들과의 동질감과 보안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군복을 입을 수 있느냐의 문제와, 최전방이라는 특수한 현장에서 어떤 복장이 적절한가의 문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군의 최고위 문민통제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이 실제 작전지역에 가까운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라면 복장은 단순한 의전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성과 상징성, 나아가 안전의 문제까지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다. 드골에게 군복은 단순한 복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책임의 상징이자 국가를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드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 준장으로 자유프랑스를 이끌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를 육군 대장이나 원수로 진급시키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 프랑스가 전쟁에서 패배하고 독일의 점령을 겪었던 암흑기에 자신이 진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군복은 드골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1960년 1월 알제리의 ‘바리케이드 사건(알제리 독립에 반대하는 프랑스계 강경파의 무장 봉기)’ 당시 그는 전시 제복을 입고 텔레비전에 등장했다. 그리고 1961년 4월 알제리에서 샬·살랑·젤레·주오 장군 등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다시 군복을 입었다. 그날 저녁 그는 대통령으로서만이 아니라 ‘장군 드골’의 모습으로 국민과 군인 앞에 섰다. 프랑스 국립시청각연구소(INA)에 남아 있는 당시 영상에서도 그는 전시 제복을 입고 국민에게 반란군의 명령을 따르지 말라고 호소했다.
드골 자신이 1960년 방송에서 밝힌 이유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군복을 입은 것이 자신이 국가원수인 동시에 ‘장군 드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도 알제리 위기의 결정적 순간에 드골이 군복을 입은 것은 국가의 위기 앞에서 군사적·역사적 정통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행위였다고 분석한다.
1969년 3월, 드골은 또 한 번 군복을 입었다.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였다. 미국 국무부 공식 기록에 따르면 드골은 아이젠하워의 장례식에 참석했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도 만났다. 헨리 키신저는 훗날 이때의 장면을 특별하게 기억했다. 백악관 리셉션에 프랑스군 준장 제복을 입은 드골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이 자연스럽게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젠하워와 드골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전장에서 만난 동료 지도자였다. 아이젠하워가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유럽 해방작전을 지휘할 때 드골은 자유프랑스의 지도자로 프랑스의 해방과 주권 회복을 위해 싸웠다. 드골에게 군복은 죽은 전우와 전쟁의 기억, 그리고 프랑스가 다시 일어섰다는 역사를 상징했을 것이다. 드골에게 군복은 권력 과시를 위한 옷이 아니었다. 오히려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상기시키는 옷이었다. 그는 1940년 6월 18일 런던 BBC를 통해 프랑스 국민에게 저항을 호소하면서부터 군복을 입었다. 1944년 8월 26일 파리 해방의 상징이 된 샹젤리제 행진에서도.
그렇다면 우리는 군복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국방부 장관이 현역 군인은 아니다. 하지만 DMZ와 같은 최전방은 북한군과 마주한 작전현장이다. 전투지역에 가까운 곳일수록 ‘보여주기 위한 복장’보다 ‘현장에 적합한 복장’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장병들과 마주하는 순간이라면 한 번쯤 드골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국가를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서겠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국방을 책임지는 사람에게 그 약속보다 더 중요한 복장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