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체전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이 지난 4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만이 주는 감동의 순간이 여럿 펼쳐졌다. 키 135㎝의 ‘작은 거인’ 황서현은 여자 평균대에서 금메달을 따내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40년 만에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해 한국 기계체조의 미래를 밝혔다. 육상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남자 400m 계주에서 한국 신기록으로 동메달을 거머쥔 나마디 조엘진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는 ‘다른 피부색’으로 태극기를 흔들어 주목받았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엘진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를 둔 비웨사 모두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태극전사’다. 메달을 노린 성과용 귀화가 아닌, 스포츠에도 다문화 시대가 열렸음을 실감케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양궁 리커브가 사상 처음으로 ‘노골드’를 기록하는 등 충격도 있었다. 종합순위 역시 우리 대표팀은 금39·은43·동68개를 따내 ‘톱3’는 지켰으나 금메달 수가 44년 만에 최저치였고, 특히 2위 일본(83개)의 절반 수준도 안 돼 ‘격차 해소’가 향후 과제로 지적된다.
일부 종목은 역대급 성적을 내고도 공분을 일으켜 이번 대회를 ‘논란의 아시안게임’으로 남길 판이다. 대표 구기종목인 야구와 축구는 한일전으로 치러진 결승에서 승리, 각각 아시안게임 5연패와 4연패를 일궜으나 선수들의 태도와 병역혜택 관련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켰다. 야구는 사회인팀, 축구는 21세 이하를 대상으로 겨우 이기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거나 병역면제를 노골적으로 기뻐해 민감한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야구 대표팀 주장 노시환은 경기력 지적에 “신경 안 쓴다. 어쨌든 금메달 땄다”고 말해 비판을 자초했다. 축구 대표팀은 파장을 키웠다. 주장 이기혁은 “군대 안 간다”고 해맑게 웃었고, 양민혁은 “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고 해 나라를 대표하는 영광보다 사익을 대놓고 강조했다.
덕분에 36년째 그대로인 병역특례 개선을 향한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참에 일부 프로 선수들의 합법적 병역기피 창구로 악용된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를 없애고, 대신 ‘종목별 올림픽’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혜택을 주거나, 대회별 마일리지 점수제를 운용해 특례 허들을 높이자는 등 개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지지부진했던 병역특례 제도 손질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이들이 고맙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