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오갈 때마다 KTX 안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부산행 좌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도 반갑게 들린다. 부산역과 김해공항은 물론 해운대·광안리·사찰에서도 여러 나라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K-팝과 드라마, 영화, 음식과 뷰티를 향한 세계인의 관심이 한국 여행으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그 흐름을 키운 대표 콘텐츠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이다. 2025년 공개된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오리지널 콘텐츠다. 공개 1년 만에 누적 시청 수 6억 회를 넘었고, 93개국 모두에서 톱10, 76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케데헌2 제작도 공식 발표됐다. 작품 속 K-팝과 한국적 세계관, 음식·패션·전통문화는 세계인의 ‘직접 경험하고 싶은 목록’이 됐다. 콘텐츠에 대한 호감이 체험과 소비로 이동한 것이다.
2025년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1893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해 부산 방문 외국인은 364만여 명으로 24.4% 늘었고 관광 지출액도 처음 1조 원을 넘어섰다. 올들어 8월까지 343만여 명이 부산을 찾아 전년 동기보다 45.9% 증가했다. 세계인의 시선이 한국을 향하고 부산에도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부산은 이 기회를 관광·마이스산업과 일자리를 키우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부산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기대하는 K-컬처를 언제든 쉽고 편리하게 경험하도록 상설화해야 한다.
서울의 복제품이 아니라 부산만의 체험시장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부산에는 세계인을 끌어들일 자산이 있다. K-팝은 바다와 야경을 만나고, K-푸드는 자갈치와 국제시장, 골목 식당에서 살아 움직인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의전당, 원도심 촬영지는 영화도시의 서사를 만든다. 해양레저와 프로야구, e스포츠, 온천과 웰니스, 구포감성골목의 옛 흔적, 범어사와 금정산의 선문화까지 한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것이 부산의 강점이다. 외국인 조사에서도 여행 후 부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79.2%에서 98.3%로 올랐다.
‘부산병’ 유행어는 부산에 한번 오고나면 다시 오고 싶어 병에 걸린다고 할만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도시다. 이 매력을 ‘상설 K-컬처 경험’으로 바꾸자. 광안리에서는 K-팝 댄스와 뮤직비디오 촬영을 드론쇼·해양레저와 연결하고, 영화의전당과 원도심에서는 로케이션 투어와 영화 속 뷰티·패션을 체험하게 하는것이다. 자갈치와 국제시장에서는 부산 음식을 먹는 데서 나아가 직접 만들고 비법과 이야기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 수 있다. 범어사와 금정산에서는 선명상·사찰음식·숲길을 묶은 K-웰니스와 K-트래킹을 운영할 수 있다. 공연 티켓에 숙박·교통·미식·쇼핑·체험을 결합한 ‘Busan K-Culture’를 연중 상품화하면 공연 관객의 체류와 소비가 도시 전체로 확산된다.
방한 외래객의 88.3%가 개별여행객이라는 조사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단체버스가 데려다주는 명소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고 특별한 경험을 직접 검색하고 예약한다. 청년 창작자와 공연장, 음식점, 전통시장, 관광마이스기업이 함께 반나절 단위의 유료 체험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지역기업에 단순 대행만 맡기지 말고 콘텐츠 권리와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보장해야 상품과 일자리가 부산에 남는다.
콘텐츠만큼 기본 수용태세도 중요하다. 부산시가 올해 외국인 관광객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쓰레기통과 화장실 청결, 교통카드 충전, 다국어 지도, 카드결제, 한국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예약 절차 등이 불편으로 지적됐다. 중화권 관광객은 모바일 결제와 택시·배달 앱을, 유럽과 미주 관광객은 구글맵의 부족한 부산 정보를 꼽았다. 외국인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길을 찾고 예약하고 이동하고 결제할 수 있어야 관광 경험과 재방문 의향도 높아진다.
부산역·김해공항·부산항에는 관심사에 맞는 체험을 추천하고 즉시 예약해 주는 ‘부산 K-컬처 웰컴센터’ 추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광프로그램, 해외카드와 모바일 결제, 다국어 지도, 짐 배송, 심야교통을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되도록 기획사와 항공사, 호텔, 시장, 지역 창작자가 참여하는 민관 협력체도 서둘러야 한다. 부산 방문 외국인의 약 43%가 다른 지역을 경유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제 직항노선과 전세기 확대, 가덕도신공항의 차질 없는 건설도 시급하다. 연중 콘텐츠가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 때 항공사도 부산행 노선을 개설할 이유가 생긴다.
케데헌2가 공개된 뒤 준비를 시작하면 늦다. K-컬처가 세계인의 시선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을 때 부산은 그 시선을 부산행 항공권으로, 체류와 소비로, 다시 찾고 싶은 기억으로 이어가야 한다. 물은 이미 들어오고 있다. 지금이 부산이 가장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