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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배준영 간사(왼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예산처 국정감사 시작 전 ‘미래대응기금 반대’ 내용이 담긴 인쇄물을 동료 의원들과 노트북에 붙인 뒤, 이를 제거하라는 조승래 재경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돌파, 한국 산업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 원(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82.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익 100조 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인 2022년 2분기 약 116조 원 달성) 외에 애플 엔비디아 등 어떤 기업도 도달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삼성전자 누적 영업익은 254조1000억 원으로, 올해 연간 350조 원 달성 가능성을 키운다.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55.1%를 기록했고, 매출도 195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6.6%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이래 4개 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익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도 토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속 기술 경쟁력 회복이 역대급 영업이익을 가져왔다. 반도체부문(DS), 특히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부가 홀로 전사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는 데다 HBM 판매 확대까지 가세, 영업익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올해 3분기 영업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가 710억 달러(약 95조 원)여서, 삼성전자는 2분기(89조4000억 원)에 이어 3분기에도 이곳을 제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 세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달 말 3분기 영업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역대 최대 성과가 점쳐진다.
반도체 기업에 힘입어 내년엔 역대급 세수가 기대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수입(880조8000억 원)은 법인세 소득세 증가 등 영향으로 올해보다 200조 원 폭증한다. 정부는 이 같은 추가세수를 활용,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첨단산업과 지방 등 국가 미래경쟁력을 위한 생산적 지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이 ‘지방’을 강조했으나 지자체 재정이 여유로워진다는 보장은 없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따른 산식 변경으로 내년 정률분 지방 보통교부세는 기존 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30조 원가량 적게 편성돼, 올해와 비교해도 6조 원가량 증가(본예산 기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 지방교부세 변동성을 완화하고 재정여건 악화 시 지방을 지원하는 장치라는 입장이지만, 지방재정은 당장 역대급 세수 증가의 낙수효과에서 비켜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확실한 지방우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를 염려한다면, 여윳돈이 생겼을 때 나랏빚을 갚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반도체 초호황이 가져온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