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인공 수로에 남아 있는 것

허태준 작가

  • 허태준 작가
  •  |   입력 : 2026-10-11 18:47:2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랜 만에 부산에서 강의가 있었다. 평소에는 내가 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요청받는데, 이번에는 주제가 더 구체적이었다. 강릉에서 서점을 공동 운영하는 경험을 ‘지역 소멸’의 관점에서 나눠 달라고 했다. 나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직장 생활을 했던 이야기부터, 강릉 서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와 다양한 만남을 소개했다. 강의의 핵심은 지역에서 잘 살아가는 건 나 혼자만의 선택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연결과 환대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여자들이 지역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그중 놀랐던 건 한 참여자가 들려준 ‘공감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자기 주변에는 지역 소멸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청년들은 언제나 일자리와 인프라를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고, 빡빡하고 경쟁이 많아도 어쨌든 지낼 만하니까 서울에 모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지역에 살고 싶은 사람은 그런 기회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맘 편히 지내면 된다는 것이다.

떠남과 머무름이 온전히 한 개인의 선택이라는 논리는 낯설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그 ‘개인’이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은 듯하다.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논리로 말하기 때문이다. 쟤도 살 만하니까 남아 있는 거 아니냐고, 힘들면 알아서 나갈 텐데 억지로 내보낼 필요가 있냐고 말이다.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 열흘 넘게 머무르고 있는 부캉이를 두고 시민은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우연히 수로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수로 내부에 먹이가 풍부해 계속 머무르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친수공원 수로에 예전부터 숭어나 전갱이가 많이 잡혔다는 주민의 인터뷰는 이러한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자기 살 길을 찾아 떠나는 건 상어나 청년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청년에게는 서울에서 이루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다. 가고 싶은 대학이나 기업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처음부터 서울에서 태어나 그곳을 벗어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자리도, 문화예술도, 인프라도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서울이야말로 모두가 살기를 원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소멸을 걱정하기보다, 청년들을 다 수용할 수 있도록 서울이 충분히 커지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억지로 사람을 내보낼 생각하지 말고, 서울을 더 편리하고 거대하게 가꾸는 데에 힘을 모으는 편이 모두에게 더 이로울지도 모른다. 지역 소멸은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부캉이가 북항 친수공원에 왜 머무는지를 놓고 다양한 추측과는 반대로, 장기 체류 전망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수심이 얕은 인공 수로는 부캉이가 오래 머물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공적인 LED 조명이나, 수많은 자동차가 오가는 도로의 진동과 소음 역시 감각이 예민한 상어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당장은 잘 적응하며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금세 건강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했으면 한다. 물대포와 그물을 사용해 계속해서 구조 작업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도 이런 인공 수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얼핏 보면 누구에게나 머물기 좋은 환경으로 보여도, 밀려드는 청년을 감당하기에는 한없이 얕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공 수로가 좋은 곳이냐 아니냐 더 커져야 하는 거 아니냐 골몰하는 사이, 바다 전체가 점점 ‘살기 힘든 곳’이 돼 간다는 사실이다. 부캉이가 처음 친수공원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도 뜨거운 관심과 함께 해양 생태계 변화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도 많았다.

‘개인’과 ‘선택’으로만 가득 찬 사고 생태계는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공동의 책임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한 삶의 영역까지도 좁힌다. 떠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면, 머무르고 싶어도 오래 살기 어렵다면, 그것을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어떤 고민과 공감대가 필요할까? 2차 구조 작업에도 불구하고 부캉이는 여전히 인공 수로에 남아 있다. 떠남과 머무름, 연결과 환대. 부캉이는 이런 질문을 던진 채 유유히 북항을 헤엄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5. 5타인의 영화 필름 나르던 소년,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비추다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8. 8‘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9. 9“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10. 10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1. 1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2. 2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3. 3“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4. 4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5. 5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7. 7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8. 8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9. 9[속보]국감까지 간 '부캉이' … 여야 "상어 생태환경 연구확대 필요"
  10. 10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1. 1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2. 2“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3. 3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4. 4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5. 5감천항 동편부두 이름 ‘원양부두’로
  6. 6부산서 ‘순직선원 위령제’ 열린다
  7. 7정부 ‘자율운항 협력’ 조선 공정으로 확대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2일
  9. 9부산TP 지원 3社, 정부 AI·자율제조 사업 따내
  10. 10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위반, 5년 전 0건 → 작년 73건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5. 5“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6. 6‘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7. 7“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8. 84개월 만에 김경수 만난 박완수 지사 “제도 개선되면 부울경특별연합 검토”
  9. 9박완수 도지사 경찰조사 후폭풍…진보당 “사퇴하라” 道 “왜곡 말라”(종합)
  10. 10미란다 원칙 고지 않고서 허위 보고한 경찰 재판행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3. 3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4. 4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5. 5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6. 6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7. 7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8. 8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9. 9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10. 10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탁해놓고 감찰
대통령의 SNS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30% 중반 고착된 지지율, 국정 전반 재점검해야
교사 심리상담 급증…교권 침해 더는 방치 안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