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때아닌 ‘회크닉’ 열풍이 불고 있다. 회크닉(회+피크닉)은 수산시장이나 횟집에서 포장한 회를 야외에서 즐기는 활동을 뜻한다. 한강 돗자리 위를 줄곧 장식하던 치킨 대신 회가 새로운 즐길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수산물을 낯설게 여기던 MZ 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온라인에서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구글트렌드에서 지난달 ‘회크닉’ 검색 관심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SNS에는 실제 경험한 후기 글이 잇따른다. 회크닉이 2030 세대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아간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은 회를 야외에서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여기에 회 맛도 한 몫을 한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수온이 내려가면 생선 육질은 탄탄해지고 풍미가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업인들도 싱싱한 횟감을 찾기 위해 더욱 분주해진다.
가을 성어기를 맞은 지금의 어촌은 어선의 입출항이 늘어나고 조업도 더욱 활발하다. 그만큼 자연히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최근 5년간 어선 사고 인명피해의 약 30%가 가을철에 집중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어선 사고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20~2024년 연평균 해양사고는 1965건, 인명피해는 93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잦은 기상악화 등의 영향으로 사고 2175건, 인명피해 118명으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어업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수협이 올해를 ‘어선 안전 원년’으로 선포하고, 어선 사고 인명피해를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한 ‘안전관리 로드맵’을 마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대책의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어업인 인명피해 규모를 단계적으로 낮춰 작년 절반 수준인 55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업인 스스로 실천하는 안전문화 확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 회원조합과 어촌계를 중심으로 구명조끼 착용을 생활화하고, 출항 전 착용 인증 등 현장 밀착형 캠페인도 펼친다. 특히 사고 위험이 큰 나홀로 어선들끼리 선단을 구성해 상호 안전 수시 확인, 위치 모니터링,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 대응으로 이어지는 3중 안전망을 시범 도입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력자나 목격자가 없어 구조 요청이 늦어지는 나홀로 어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사고가 잦은 업종에는 선주 선장 등 간부 중심 안전교육에서 탈피해 내·외국인 어선원 대상으로 한 ‘현장 맞춤형 특별 안전교육’을 신설해 시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생명을 지키는 성과로 이어진다. 올해 3월 초 혼자 어획에 나섰던 한 선장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덕분에 무사히 구조됐다. ‘구명조끼 착용 챌린지’에 참여하며 구명조끼 상시 착용의 중요성을 익힌 결과였다. 이에 앞서 발생한 침수와 화재 사고에서도 어선원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덕분에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 발생한 어선 사고는 55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843건보다 288건 감소했다. 인명피해도 올해 55명으로 줄었다.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았지만, 2030년 목표와 동등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사고 발생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사고 자체를 줄이는 예방 중심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과제가 남았다. 소재를 파악하는 장치의 신호가 끊기면 사고 여부를 파악하는 ‘위치 소실 모니터링’을 단계적으로 모든 어선으로 확대하고, 나홀로 어선 안전관리도 강원권 시범사업에서 동해권역 등으로 넓히는 노력을 지속해야 어선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회크닉으로 젊은 세대가 바다의 맛을 찾는 지금, 수협이 지켜야 할 것은 수산물의 가치만이 아니다. 그 수산물을 만드는 어업인의 안전도 함께 지켜야 한다. 안전한 바다가 있어야 지속 가능한 수산업이 있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이 있어야 국민의 건강한 식탁도 이어질 수 있다. 수협은 가장 앞에서 어업인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등대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