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외한 웬만한 국가들의 금리 상승세가 무섭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5.3%를 넘어 24년래 최고치를 찍었고, 한국 국고채 10년물도 한때 4.5%를 넘어섰다. 유럽은 더 심각하다. 세상에서 미 국채 다음으로 안전하다는 독일 국채 금리도 치솟고 있고, 프랑스 국채 금리 상승률은 G7 중 가장 높다. 이미 우린 지난 2011년 가을 남유럽 재정위기를 통해 국채금리 급등 쇼크를 목격했다. 당시 빚더미에 앉아있던 포르투갈 그리스 국채 투매가 터졌고, 그리스 국채금리는 10%도 넘었다. 국가 보증 채권금리가 10% 넘는다니! 세계 패권국가 미 국채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보통 언급하는 ‘금리’는 크게 2가지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정책금리)와 이를 바탕으로 시중에서 책정되는 시장금리다. 특히 시장금리 출발은 국채금리가 되는데, 미국 10년물 금리를 ‘세계의 시장금리’로 취급한다. 최근 미국 연준을 비롯해 유럽 ECB, 일본 중앙은행, 한국은행 등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물가, 인플레이션 상승 때문이다. 올 3월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터져 이란은 호르무즈를 막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위로 급등했고 물가는 요동치고 있다. 결국 트럼프가 임명한 신임 케빈 워시 연준의장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버렸다. 그런데, 이 통화정책의 긴축강도가 심상치 않다. 바꿔 말해 현재 물가상승이 멈추지 않을 것이란 뜻도 된다.
그런데 진짜 고민할 부분은 지금부터이다. 바로 ‘국채금리’ 이야기다. 만약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70달러로 떨어진다면 물가도 잡힐 것이고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정말 워시 의장이 트럼프 뜻대로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해보자. 그럼 시장금리도 함께 떨어질까.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5.3%에서 3%로 떨어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국채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 외에 한 가지 문제를 더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빚’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지난 5월 40조 달러를 넘었다. 원화로는 5경 5000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인데 솔직히 미국은 이걸 갚을 능력이 없고, 갚을 생각도 없다. 그리고 똑똑한 시장은 이 ‘리스크’를 금리에 반영시키고 있다. 요즘 세계 연금펀드나 보험펀드 등 장기펀드들은 미 국채를 외면한다. 속으론 다들 미국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 대단한 미국이 왜 5%가 넘는 이자율을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가. 시장이 결정한 것이다. 더 많은 이자를 줘야 돈을 빌려주겠다고 ‘고금리’를 통해 말하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AI이다. 정확히는 AI산업에 대한 투자다. 지금 미국 빅테크들은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나락으로 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그 많은 현금을 다 쏟아붓고 이것도 부족해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채 금리가 7, 8% 수준이다. 생각해 보라.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이 망할까. 그럼 5.3% 미 국채를 사느니 8%대 아마존 회사채를 사는 게 남는 장사이고, 시중에 거대 유동성들은 빅테크 회사채로 더 몰려가고 있다. 그 결과 미 국채는 외면받고 금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만 이미 2차례 금리를 올렸고, 연내 한 차례 더 올릴 전망이 매우 높다. 물론 경제학적으로 금리의 인상(또는 상승)이 경제 성장을 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활황이나 성장의 결과물이 절대 아니다. 고금리의 충격은 주식 채권 코인 금 등 자산시장을 악화시킬 것이다. 이미 우린 2022년 주택담보대출금리 8%의 위력(?)을 실감했다. 현 추세라면 주식은 물론이고 부동산 충격도 대비 해야 한다. 고금리 시대엔 현금이 ‘왕’이다. 주식으로 연 10%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시대에 원금 손실 없이 7, 8%대 이자를 주는 적금이 더 매력적이다. 지난 1980년대엔 정기예금 금리가 연 20%였고 저축과 성실함으로 팔자를 고치기도 했다. 우린 지금 긴축의 시대 초입에 서 있다. 이대로 한발 더 들어가면 내 모든 월급은 대출이자 갚느라 다 쏟아부어야 한다. 그럼 이제 모든 게 끝난 건가, 주식에 물린 내 증권계좌는 이대로 그냥 무너지는가.
세상이 찾는 마지막 희망은 역설적으로 AI이다. ‘빚 투자’의 원인인 AI가 고물가와 고금리의 ‘구원자’가 되는 형국이다. 많은 사람들은 AI의 기술 혁신이 물가를 잡고 엄청난 효율성으로 금리도 떨어뜨려 주길 기원하고 있다. 가능할까. 다만 인간이 만든 문제의 해결사가 AI 뿐이라는 현실이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