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다민족 사회

윤정현 천주교 부산교구 신학원장

  • 윤정현 천주교 부산교구 신학원장
  •  |   입력 : 2026-10-14 18:43:0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무덥고 길었던 지난 여름, 8월 한 달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생활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지역이라 겨울에도 16-25도의 온화한 날씨가 지속됐다. 이 온화한 날씨가 사람의 마음마저도 온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일까? 호주 내에서도, 또 가까운 뉴질랜드에서도 브리즈번에 정착하려고 사람이 밀려든다고 한다. 호주 제3의 도시로 300만 명가량 살아가는 브리즈번은 2032년 올림픽 개최로 도시 전체가 활기있고 분주한 표정이었다. 1980년 이전부터 호주에 한국인의 이민이 시작됐고, 본격적으로 1990년대부터 워킹 홀리데이와 이민이 이뤄지면서 그 도시에 한국인은 3만 명가량 살고 있다고 한다.

호주는 다민족 사회이다. 그곳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인종을 봤고 또 세계의 음식들도 모두 맛볼 수 있었다. 넓은 땅덩이를 가진 도시라 다운타운을 제외하면 각 지역마다 개별 민족이 모여 사는 형태다. 기본적인 언어나 노동의 적합성만 지니고 있으면 이민과 정착이 유연할 수 있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늘날에는 영주권과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이 이전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한국인에 대해서는 워킹 홀리데이나 이민의 쿼터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은 교통 법규이다. 운전 좌석이 우리나라와는 반대인 데다 운행 방향도 반대로 되어 있기에, 이곳에서 처음으로 운전하는 이는 몇 번의 역주행을 한다고 한다. 아울러 신호가 많지 않고 로터리로 되어 있기에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운전하기 전 주의사항으로 벌금이 최소 1000호주 달러, 약 10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들었고 또 실제로 1200호주 달러를 벌금으로 낸 한인의 경험도 전해 들었다. 기본적인 신호 위반이나 과속뿐만 아니라, 운전 중에 핸드폰을 만진다든가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지 않아도 벌금을 물게 된다. 운전 중에 기도를 가장 많이 바쳤다고 기억한다.

왜 이렇게 엄하게 벌금을 물릴까? 다민족이 살아가기 때문에 각자가 살아온 방식이나 법규는 모두 다르고, 따라서 생활 방식의 다양성만 고집한다면 한 사회가 지탱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 입장에서는 호주의 범칙금이 과도하다고 여겨지지만, 다민족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 나아가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차선의 선택처럼 생각됐다. 이 때문에 공공 질서나 법규의 부분에서 엄격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의 분야에서 세계의 표준(standard)이 되어가고 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에 가도 그 나라의 시스템이 시시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양한 외국인이 정착을 시도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한국인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장단기 체류나 이민은 그 폭이 늘어날 것이고, 몇 천년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도 어느 때에는 다민족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세계화의 현상을 두고, 경제·종교적 이유로 어떠한 민족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든지 혹은 그 민족이 해롭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는 아닐까? 오히려 건강한 다민족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 사회를 지탱하는 공공질서나 법규의 엄격한 집행은 당연하고, 그 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계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종교가 그 나라의 정신을 대변하지 않는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의 표준이 된 우리나라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품기 위해서는 더욱 명확한 공공질서의 확립과 법규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전국민의 70% 이상이 대학 교육을 받고, 사회 시스템을 뿌리내린 우리나라의 공공 질서와 법규의 적용은 탄탄하다. 하지만 더욱 특별한 시민사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질서와 법규를 사회적 약속이라는 가치로 더욱 강화하며 세계화를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현세의 어느 나라도 완전하지 않다. 그런데도 호주는 다민족 사회의 모델로 여겨진다. 자유로운 분위기, 성실한 노동 준수, 그리고 인종과 민족에 연연하지 않고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준비해야 할 태도인 것 같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7. 7[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0. 10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7. 7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0일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