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서로 연결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청년들이 서로 연결되는 환경을 쉽게 찾지 못하거나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들은 많겠지만, 오늘 나는 ‘문화와 제도’라는 틀 안에서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간 중소도시들은 청년들을 모아낼 구심점을 만드는 일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구조 변화나 기회의 불균형 같은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이유들도 있지만, 청년들이 모일 구심점이 없어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심상권이 있지 않느냐고? 그러나 중심상권은 술집과 프랜차이즈 카페가 모여있을 뿐, 문화적 요소를 발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필요한 건 문화다. 그리고 지금 말하는 문화는 역사적이거나 전통적이거나 혹은 한국적인 문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함께 향유할 콘텐츠로서의 문화를 말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문화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리단길, ○○문화마을에는 없다.
부산은 형편이 훨씬 나은 편이다. 부산은 서면 광안리 등에 청년들이 밀도 있게 ‘집중’된다. 특히 남천동과 민락동을 함께 아우르는 광안벨트는 다른 도시의 일반적인 상업 지구와 다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만 들어선 여타의 상업 지구와는 달리, 자연경관, 해양스포츠, 외국인과 외지인,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모여있는 특별한 곳이다. 부산은 기초체력을 분명히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산의 청년들은 서로 연결되지 못한다. 왜일까?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오방가르드 영업정지’ 사례가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그 공간에서 술과 음식을 소비하는 일이 아직 여러 이유로 문제가 된다. 이런 환경에서 카페나 펍,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산의 청년 사업가들이 재밌고 생동감 있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까. ‘그거 법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라든지, ‘해도 되나?’라는 말을 먼저 하는 상황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법·제도는 둘째로 하더라도, 사형선고와 같은 영업정지를 접하게 되면 ‘하던 일이나 잘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문화의 씨앗이 싹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지는 순간이다.
질서와 안전을 저해할 극단적 규제 철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실정에 맞는 완화, 혹은 담대한 실험을 해보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일단 해보자는 태도를 청년 사업가들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사업가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허들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현실로 구체화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다채로운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라이브 공연을 하고, 더 자유롭게 컬래버 요리 메뉴를 선보이고, 더 자유롭게 연극과 춤이 무대에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소위 ‘자유구역’이 끝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게 된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 자유구역에서 만들어진 아티스트, 소비 문화, 영상 콘텐츠 등은 다시 다른 자유구역으로 옮겨가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부산의 청년들이 모이는 구심점이자 계기가 된다.
청년들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연결 계기를 만든다. 러닝, 독서모임, 요가, 라이브 재즈 공연 같은 콘텐츠들이 서로 섞이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청년들은 이런 종류의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청년 사업가들은 이벤트와 콘텐츠 생산에 매우 적극적이다. 청년 사업가들이 겪는 걸림돌을 제거해 준다면, 서울에서 이미 하고 있는 뻔한 콘텐츠를 넘어 부산만의 콘텐츠를 분명히 만들어낼 수 있다.
인위적 공간을 새로이 조성하는 것이 아닌, 있는 제도를 손봐 공간을 더욱 힙하게 만들수록 성공률이 높다. 수십억을 쏟아부어서 청년 플랫폼이나 청년 시장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 우리가 지금 이 오방가르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른 오방가르드 문제를 맞이할 것이고, 청년 사업가들은 학습할 것이다. 오방가르드 문제는 크게 보자면 청년 사업가들을 각자 도생의 길로 유도하는 일과 비슷한 일이다.
언젠가는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산의 자유구역’이 만들어지기를, 그리고 부산의 자유구역에서, 우리 부산이 키워낸 밴드가 세계 무대에 오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