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양수산칼럼] 정책 프로슈머 시대를 꽃피울 때

정성기 부산항미래정책연구원 공동원장

  • 정성기 부산항미래정책연구원 공동원장
  •  |   입력 : 2026-10-18 18:39:0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삼성·LG의 가전제품을 쓰는 소비자는 제품의 장점과 불편을 누구보다 잘 안다. 기업은 소비자를 제품 기획과 개발에 참여시키고 소비자의 평가를 반영해 완성도를 높인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는 기술과 투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개선해 온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프로슈머(Prosumer)’라고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결합한 말이다. 이 원리를 정책에 적용하면 어떨까.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 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때 ‘정책 프로슈머’가 되는 것이다.

우리 행정은 관 주도의 하향식 정책 결정을 보완하고자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 왔다. 협치는 행정과 민간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며, 거버넌스는 여러 주체가 정책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구조다. 정책 프로슈머는 그 안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실행 결과를 평가해 개선으로 연결하는 상향식 정책 참여 방식이다. 필자는 해양수산부 재직 시절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며 그 가능성을 경험했다. 2017년 출범한 ‘부산항 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에는 지역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 민간이 위원장을 맡고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간사를 맡아 민간이 논의를 주도하고 행정이 정책 반영을 뒷받침했다.

협의회라는 참여 체계가 거버넌스라면, 민간과 행정이 함께 논의한 과정은 협치였다. 시민과 전문가가 사업 기획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한 것은 정책 프로슈머의 역할이었다. 당시 중요한 쟁점은 사업성과 공공성의 관계였다. 협의회는 5부두 일대의 매립 논의에서 사업성 확보보다 수역 보존과 친수공간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근대문화유산인 북항 제1부두와 곡물 저장시설인 사일로, 항만 크레인 등 산업유산도 보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했다.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뜻깊은 경험이었다.

정책 프로슈머의 참여가 시민에게 법적 권한과 책임을 모두 넘긴다는 뜻은 아니다. 최종 결정의 책임은 행정에 있다. 시민이 의견을 제시하면 행정은 반영 여부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시민도 실행 결과를 평가하고 보완에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순환이 정책의 품질을 높인다. 아쉬운 점은 참여 구조의 지속성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담당자나 기관의 추진 방향이 바뀔 때 시민 참여도 약해진다면 축적된 논의와 신뢰를 이어가기 어렵다. 시민 참여가 특정인의 의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경험과 지혜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도록 참여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북항에는 정책 프로슈머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친수공원 이용객 증가에 따른 교통·주차 불편 해소, 상업·편의시설 확충, 수상·시설물 안전관리 강화, 해양관광 콘텐츠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신속히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의회의 취지를 되살려 시민의 현장 경험과 의견이 정책의 기획과 실행, 평가와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열린 행정은 북항이 글로벌 해양관광 거점으로 도약할 기반이 될 것이다.

최근 부산항미래정책연구원은 서부산을 해양수도권의 경제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4대 특화거점 전략’을 시에 건의했다. 공항·항만·철도를 연결하는‘ 트라이포트’를 기반으로 강서·북·사상·사하구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기획부터 실행과 평가까지 참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의 참여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듯 국민의 참여는 정책 품질을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인다. 북항에서 경험한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지속가능한 제도로 정착시키고 해양수산 분야를 넘어 행정 전반으로 넓혀 가야 한다. 국민의 경험과 지혜가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이제 정책 프로슈머 시대를 꽃피울 때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9. 9[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10. 10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5. 5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6. 6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6. 6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8. 8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9. 9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10. 10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