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을 다니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하소연이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지방에도 알짜 중소기업들이 많지만, 청년들의 시선은 온통 수도권을 향해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중소기업을 다니더라도 수도권에서 다녀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한다. 같은 월급이라도 수도권에서 일해야 미래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분위기는 결혼 문제로도 이어진다.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따라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지방에 남은 청년들은 만남의 기회가 갈수록 줄어든다고 호소한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수도권이다 보니 “결혼하려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됐다. 일자리, 배우자, 주거, 교육이 모두 수도권에 쏠리면서 지방 청년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탈’뿐이다.
물론 정부 역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수도권에만 쏠린 성장동력을 전국 곳곳으로 나누기 위해 ‘5극3특’ 체제를 추진하고, 지난 6월에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각 지역에 미래 먹거리 산업 거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또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에서 배우고, 지방 기업에서 일하며, 지방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방향은 옳고, 지역 중소기업인으로서 환영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지방 육성 지원책이 나오는 동안에도,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방에 혜택을 주는 정책만으로는 이미 공고해진 수도권의 기득권과 프리미엄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한 ‘지방 살리기’ 차원을 넘어, ‘수도권 인구를 실질적으로 분산시키는 과감하고 직접적인 인구 억제·분산 정책’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에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수도권 중심의 개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고 집값이 오르면,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고 아파트를 추가로 공급하며 교통망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정주 여건을 개선해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지방 인구를 수도권으로 더 흡수하게 만들었다. 인구가 늘어났다고 해서 수도권에 아파트를 계속 짓고 인프라를 더해줄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 가해지는 과밀화를 덜어내고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근본적인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
둘째, 대기업의 본사와 생산 시설 이전을 이끌어 낼 파격적인 특별법이 필요하다. 소폭의 세제 감면이나 보조금 몇 푼 지원하는 수준의 미봉책으로는 서울과 수도권에 둥지를 튼 대기업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대기업이 지방으로 본사나 주요 사업장을 이전할 경우, 법인세 대폭 감면 또는 일정 기간 완전 면제, 사업 부지의 무상에 가까운 장기 임대나 제공, 파격적인 규제 철폐 등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과감한 혜택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대기업의 지방 이전은 반드시 지역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 본사나 공장만 내려오고 협력업체와 핵심 인력은 수도권에 남는다면, 지역에 일자리와 일감이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 따라서 이전하는 대기업이 수도권 협력업체의 동반 이전을 돕고, 지역 중소기업에 납품과 기술 협력의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도록 이전 혜택의 조건으로 삼는 방안도 필요하다.
넷째, 지방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에 대한 보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소득세 감면과 주거 지원, 장기근속 인센티브를 확대해 지방에서 일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방 부부에게 공공임대와 결혼·출산 지원을 우선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속도감 있게 이어가야 한다. 지역 거점대학 인재가 정주하려면 졸업 후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청사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연관 기업과 연구소를 함께 유치해 지역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이전 기관의 지역 인재 우선 채용을 확대하고 지역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를 통해 지역 기업의 고용 여력을 늘림으로써, 대학-기업-공공기관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며,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도 않는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지방은 소멸하고 수도권은 과밀에 신음하는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균형발전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수도권 인구를 줄이는 과감한 정책이 함께 추진돼 지방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꿈을 펼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