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를 대표하는 타자인 손아섭이 지난 19일 소속팀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으며 은퇴 기로에 섰다.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했던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하는 부산 갈매기가 많을 듯하다. ‘만약(if), 손아섭이 원클럽맨으로 사직에 남았다면’이라는 탄식도 나온다.
2009년 손아섭으로 개명하기 전 이름은 손광민이다. 부산 양정초, 개성중, 부산고를 거쳐 2007년 롯데에 입단했다. 2021시즌까지 15년간 169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4 안타 2077개를 기록했다. 정교한 타자의 대명사이자 ‘악바리 근성’으로 롯데 팬의 사랑을 받았다.
2017시즌이 끝나고 롯데와 4년 총액 98억 원의 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21시즌 직후 4년 총액 64억 원에 낙동강 라이벌인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롯데가 제시한 조건은 4+2(총 6년) 최대 59억 원이었다. 첫 4년 보장 금액이 40억 원이었는데, NC가 제시한 4년 보장 56억 원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적지 않은 롯데 팬은 이적을 ‘배신’으로 규정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1차 FA로 100억 가까운 대형 계약을 한 상황에서 16억 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부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롯데에서 성장한 로컬 보이가 라이벌팀으로 이적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팬이 많았다. 돈과 영구 결번을 맞바꿨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시즌 도중 우승을 노리던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된 손아섭은 시즌 종료 후 세 번째 FA를 선언했지만 떨어진 기량 탓에 외면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2월 초에야 한화와 1년 1억 원에 사인했다. ‘3000안타 도전’을 위해 받아들인 굴욕이었다. 현재 2655개로 역대 3위에 위치한 그에게 연봉보다는 대기록을 위한 출전기회가 절실했다. 그러나 올 시즌 중 다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그라운드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손아섭이 롯데에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3000안타 도전 기회를 보장받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대호처럼 영구결번의 명예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팬들의 진심어린 격려와 사랑 속에 치러졌을 성대한 은퇴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에 이어 최근 일각에서 손아섭의 롯데 복귀설이 나온다. 소위 ‘낭만 야구’지만 현실성은 떨어져 보인다.
손아섭의 성장과 영광을 지켜봐온 왕년의 롯데팬은 그의 쇠락과 우울한 말로에 울컥한 마음이 들 것도 같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