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은 이를 ‘미수용 방지법’이라는 제목으로 다루었는데, 응급 환자를 이송할 때 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한 부분이 강조되었다. 현장에서 이송 중이던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거나,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사례들이 발생하자, 여러 국회의원이 경쟁하듯 개정안을 발의했다. 본회의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반발했고, 대한응급의학회에서는 이사장이 이 법안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다.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응급실에 무조건 데려다 놓기만 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일 뿐, 환자를 위한 조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용 능력 확인 의무를 삭제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이 광범위하게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개정안은 2023년 발표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니 이번 개정안을 단순히 ’미수용 방지법’으로 보면 핵심을 놓친다.
중증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응급의료기관을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변경했다. 이름만 변경한 것이 아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권역 내’에서 이송되는 중증 환자를 수용하는 기능을 명시하고 있었는데, 명칭에서 ‘권역’이 빠진 만큼 그 기능에서도 ‘권역’을 삭제했다. 장거리에서 이송되는 환자도 수용한다는 것이다. 지금 응급의료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대동맥박리, 안과응급, 산모·신생아 관련 응급 환자들도 20년 전에는 장거리 이송되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이전에는 응급 환자를 권역 내에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이번 개정은 그것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증도 분류 결과에 따라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중등증,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응급의료법에서 말하는 중증도 분류는 ‘한국응급환자중증도분류기준(KTAS)’에 따르는데, 이것은 캐나다에서 개발한 ‘Canadian Triage and Acuity Scale (CTAS)’를 한국화한 것이다. CTAS는 원래 응급 환자의 치료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졌다. 빠른 평가와 조치가 필요한 환자에 높은 순위를 부여하는데,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가려내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저혈당으로 의식이 저하된 환자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고,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까지는 옳다.
그런데 포도당 투여만으로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상급병원에서 진료해야 할 필요는 낮은 것이다. 진료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도구를 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을 정하고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오남용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CTAS를 받아들여 JTAS로 현지화 했지만, 올해 만난 일본 응급의학전문의는 JTAS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정 법안은 시·도지사가 지역 내 자원을 고려하여 지역이송체계를 수립하고, 이에 따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굳이 사족을 달았다. KTAS에 따른 이송 병원 선정 방식을 법률 안에 예시로 제시한 것이다. 원래 법률에서는 원칙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개정 법안은 지역에서 체계를 만들라고 하면서도 굳이 상위법 본문에 예시를 기술했다. 지역에서 상황에 맞는 체계를 만들라는 요구가 무색해진다. 이런 것은 다른 법에서 본 적이 없다. 비현실적인 기준에 따라 수용 능력과 맞지 않게 환자를 이송하는 결과를 사실상 강제하는 꼴이다.
개정 응급의료법안은 KTAS에 대한 오해에 기반한 것이다. 응급의료현장에서는 복잡한 임상상황에 대한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하고, 존중해야 한다. 단순한 5단계 분류를 법률로 규정하고 재단하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