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23일 부산시티호텔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실태 및 결정요인 세미나’. 지역노동사회연구소 제공 |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위험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 부산 울산 경남이며, 산재보험 처리율도 턱없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니 ‘국제도시 부산’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지역노동사회연구소와 부산시 노사민정협의회,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최근 개최한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실태 및 결정요인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지적됐다. 국가데이터처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전국 표본 2만7823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 지난해 부울경 이주노동자의 업무상 사고 재해율은 3.2%로 전국 평균(2.3%)을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전국 6개 권역 중 가장 높았다. 국내 전체 노동자 재해율(0.5%)의 6.4배나 되는 수치다. 산재 사고가 많은 반면 산재보험 처리율은 23.9%로 낮았다. 치료비를 사업주가 모두 부담한 비율(32.4%)이 산재보험 처리율을 앞질렀고, 노동자 본인이 치료비 전액을 부담한 비율도 22.8%였다.
부울경이 이주노동자 산재 위험이 큰 권역이 된 건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집중된 고용구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풀이했다. 부울경 이주노동자의 65.3%가 제조업에 종사하며, 산재 피해자의 98.8%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나왔다.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도 33.6%로 전국 평균(25.7%)보다 높았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열악한 작업환경, 그 속에서의 장시간 노동이 산재 위험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작업환경이나 과도한 업무량 개선 등 안전관리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산재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당국의 의지와 산업현장의 노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국어교육이나 다국어 안전교육 의무화, 산재 보상 과정에서 통·번역 지원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말을 잘 몰라서’를 부상 이유로 꼽은 부울경 이주노동자 비율이 12.9%로, 전국 평균(6.8%)의 약 2배에 달해 언어장벽이 취약점임을 드러냈다. 경남 거제시가 하청노동자 지원 5개년 계획을 통해 외국인노동자 소통과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례는 확산할 만하다.
‘이주노동자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할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부산 김해공항이 ‘연간 국제선 여객 1000만 명’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연간 외국인관광객 400만 명 시대’도 앞당겨져 열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CNN방송은 부산을 로스앤젤레스에 빗대며 ‘서울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독자적 관광지’라고 평가했다.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매력적인 글로벌 도시로 급성장하는 부산이지만, 외화내빈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 연구 결과를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주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국제도시가 될 수 없다.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인권을 존중받으며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글로벌 부산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