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에서 64세 중장년층은 2017만8000명(40.5%)이다. 등록취업자는 1364만9000명으로 청년층보다 500만 명 이상 많다. 근로와 사업소득이 있는 중장년의 연평균 소득은 4259만 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많은 가구를 책임지고 있는 세대가 중장년이다. 그런데 정책의 시선은 이상하리만큼 이들을 비껴간다. 청년에게는 취업과 주거, 월세와 자산형성 지원이 있다. 노년층에는 연금과 돌봄, 일자리 정책이 있다. 하지만 중장년은 소득이 있거나 아직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중장년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6034만 원으로 청년층보다 약 1.6배 높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고 주택대출을 갚는다. 부모의 병원비와 돌봄을 걱정하고,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의 생활비와 주거비를 지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중장년은 오래전부터 샌드위치 세대라고 불렸다. 지금은 그 기간마저 길어지고 있다.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19세에서 34세 미혼청년의 59.7%가 부모와 함께 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도 25세에서 34세 청년 가운데 주거와 생활비 모두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비율은 43.9%였다. 물론 이것을 청년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높은 집값과 전월세 비용, 불안정한 고용,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청년의 독립이 늦어지는 동안 누군가는 생활비를 내고, 누군가는 집을 제공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노후 준비를 미룬다. 정책은 청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려움을 가족 안에서 떠받치는 중장년의 부담을 얼마나 보고 있는가.
청년 노동시장도 함께 봐야 한다. 2025년 청년층 부가조사에서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약 1년 6개월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둔 청년은 64.1%였다. 그렇다고 요즘 청년은 끈기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2015년에도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약 1년 6개월이었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이 오랫동안 청년을 첫 직장에 정착시키지 못했다는 뜻에 가깝다.
기업의 현실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직원 한 명을 채용하면 교육하고 업무를 가르치고 조직에 적응시키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1년 안팎에 퇴직하면 다시 채용하고 다시 교육한다. 장기근속자에게 임금을 올리고 처우를 개선하려 해도 근속 자체가 이어지지 않으면 기업 역시 사람을 키우기 어렵다.
노동시장 밖의 청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15세에서 29세 ‘쉬었음’ 인구는 약 44만6000명, 30대는 약 32만8000명이다. 이들을 모두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취업 실패에 따른 소진, 일자리 불일치, 건강과 가족 문제 등 이유는 다양하다. 청년이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때 그 생활비와 주거비는 누가 부담하는가. 가족 안에서는 부모 세대가, 사회 전체로 보면 경제활동을 지속하며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이 그 부담을 함께 나눈다. 청년을 지원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얼마나 지원했는가보다 얼마나 자립하게 했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을 지급하고 사업이 끝나는 정책보다 직업훈련과 실제 일자리, 장기근속과 재취업을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실업급여 역시 단순히 세대별 수급자 수만 비교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수십 년 근무한 뒤 정년이나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사람과 짧은 계약과 이직을 반복한 사람을 모두 같은 수급자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근속기간과 퇴직사유, 계약형태, 반복수급 여부, 재취업까지 걸린 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
이제 세대정책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청년에게는 자립과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는 지원을, 중장년에게는 재교육과 장기근속, 부모와 자녀 부양, 노후준비 부담을 함께 고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40.5%, 등록취업자 1364만9000명. 이 숫자는 단순한 인구통계가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와 가계를 실제로 떠받치고 있는 사람의 숫자다. 지원받는 사람의 어려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지원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의 부담도 함께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