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국제신문을 살리자’는 내용이 담긴 진보당의 플래카드가 27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앞에 걸려 있다. 국제신문 DB |
102억 원을 넘는 국제신문 임금·퇴직금 체불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대주주 능인선원 지광 스님(속명 이정섭)이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동행명령에도 불구하고 불출석했다. 국회의 증인 출석 명령에 불응하는 것은 원만하고 조속한 사태 해결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지광 스님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신문 회생 절차의 혼선 우려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불출석 사유로 밝혔지만 이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동행명령장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국감 출석을 거부하면 국회모독죄로 고발되거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 5월 20일 임직원의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을 근거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0일까지 회생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기한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실질적으로 경영 지배권을 행사해 온 지광 스님은 기업회생과 기업인수·합병(M&A)에 반대 의사를 보이며 상황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국회 국감에서 체불 경위와 해결 대책, 회사 정상화 방안을 밝히면 될 일이다. 정상화 해법을 설명하는 자리가 기업회생에 혼선을 준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출석을 회피하기 보다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기업회생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합당하다.
‘경영 책임자가 아니다’는 지광 스님의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은 재무적 투자자(대주주)일 뿐 경영 악화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2018년까지 국제신문 대표이사 회장 및 발행인을 역임하며 경영과 인사에 직접 관여했다. 2025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했고, 최근에는 국제신문 M&A 인수 예정자와의 면담에도 참석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주의 역할을 했다. 언론공공성지키기부산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광 스님의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명은 “권리를 행사할 때는 전면에 나서고, 책임져야 할 때는 선을 긋는 무책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올해로 창간 79년을 맞은 국제신문은 지역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해왔다. 지역 언론의 위기는 권력 감시와 비판 기능 약화는 물론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항하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언로까지 막힌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 사태를 초래한 대주주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와 공감대가 커지는 이유다. 부산 시민단체 대표와 원로들이 국제신문이 정상화될 때까지 연대하고 활동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지역 언론의 역할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한 결과다.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국제신문 살리기 서명운동은 일주일 만에 온·오프라인을 합쳐 참가자 3000명을 돌파했다. 지광 스님은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엄중하게 지켜보는 국제신문 정상화에 대해 책임 있고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