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가, 아파트 경비원이 이미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일 수 있다. 과장이 아니다. 최근 한 공기업 경비 자회사는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고서야 성범죄를 저지른 직원을 해임했다. 회사 측은 그가 언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 곁의 안전이 ‘기관 통보’ 한 장에 기대고 있었던 셈이다.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형벌과 별개로 보안처분이 따라붙는다. 그중 하나가 취업제한 명령으로, 아동·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에 성범죄자가 접근하거나 종사하는 것을 막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이나 강제추행 등을 저질러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지 않다면 적용 대상이 된다. 명령이 내려지면 최대 10년간 어린이집 학교 학원 체육시설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등 53개 종류의 시설에 취업하거나 이를 운영할 수 없다. 필자는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이 명령이 생각보다 넓게 적용된다는 점을 현장에서 자주 확인한다.
문제는 그 명령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신규 채용 단계에서는 성범죄 경력 조회가 이뤄지지만, 취업한 뒤 저지른 성범죄는 당사자가 직접 알리지 않으면 고용기관이 파악할 길이 없다. 정부와 관계기관이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상대로 연 1회 이상 점검하지만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길게는 1년 동안 성범죄자가 취업제한 명령을 어기고 아이들 주변에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취업제한 기관에서 일하다 뒤늦게 적발되는 사례는 매년 100건 안팎에 이른다. 2021년 67명이던 적발 인원은 2024년 12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도 95명이 적발됐다.
실시간 확인이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인원을 업종별로 보면 체육시설이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원 교습소 등 사교육시설이 21명으로 아이들의 생활공간이 주를 이뤘다.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산 역시 서면과 해운대를 중심으로 학원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생활체육시설도 촘촘하게 자리 잡은 도시다. 그렇다면 부산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지금처럼 연 1회 점검에 기대는 구조라면 어느 지역도 아이들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법원과 경찰청이 보유한 정보를 연계해 재직 중 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신속히 가려내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다만 시스템이 갖춰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때까지 손놓고 기다릴 일은 아니다. 법은 이미 기관에 재직 중인 사람의 성범죄 경력까지 확인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를 어기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현장의 경각심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취업제한은 한 사람의 직업을 빼앗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마주할 위험한 어른을 미리 걸러내는 제도다. 그러나 명령은 선고로 끝나고 그것이 지켜지는지 살피는 일은 현장의 몫으로 남는다. 고용기관이 스스로 종사자를 들여다보고 관계기관이 점검 주기를 앞당길 때 비로소 제도는 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안전한 하루는 그 확인 위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