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음악성과 카리스마로 시대를 풍미한 가황 나훈아 씨가 한 인터뷰에서 ‘스타’와 ‘슈퍼스타’의 차이에 관해 설명했다. “욕을 먹어야지요. 일반 대중 가운데 30%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야 슈퍼스타가 됩니다. 너나 나나 다 좋아하는 사람은 슈퍼스타가 아니라 그냥 스타라는 겁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야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칠 정도로 좋아한다는 겁니다.” 요즘 말로 하면 ‘까’가 ‘빠’를 만든다는 뜻이다.
정치인 팬덤의 원조격인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안티를 몰고 다닌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코어 지지층에 힘입어 숱한 난관을 딛고 대통령이 됐지만 퇴임 무렵엔 “모두 노무현 탓이다”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욕을 먹었다. 그럼에도 친노 세력은 더불어민주당 계열에서 아직 건재하다.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여야의 잠재 후보 가운데 비호감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보수 대권 주자 1위로 꼽힐 때였지만 말 실수와 정치적 이해 부족으로 비토론 역시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21대 대선 전엔 이재명 후보가 호감도 1등, 비호감도 1등이었다. ‘국정 발목 잡기’ ‘사법 리스크’ 등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 다 대통령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각 진영 선두권에 있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의원(무소속)이 비호감 정치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에게 ‘가장 호감이 가지 않는 정치인’을 물은 결과 김 대표가 20.9%, 한 의원이 18.5%를 각각 기록했다. 김 대표는 친명 대표주자로 국무총리를 거쳐 당권까지 장악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공식화, 당내 계파 갈등 등으로 인상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 낙마 등에서 대여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국민의힘 정통 지지층의 배신자 프레임에 여전히 갇힌 형국이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 현장에서 보온병을 포탄으로 오해한 사건은 인간 안상수에게 타격이었을지언정 정치인 안상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는 자평을 내린 적 있다. 고3 수험생에게 “보온병 안상수입니다”라고 인사했더니 알아보고 깔깔대더라는 것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정치인에겐 존재감이 필수다. 존재감은 칭찬이나 환호에서도 나오지만 욕을 먹는 순간에도 발휘된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한다는 사실 자체가 연예인과 정치인에겐 힘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