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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10> 群 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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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12-13 21:07:43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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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 군(羊-7)무리 중(血-6)

   
제임스 맥티그 감독 2005년 작 '브이 포 벤데타'의 한 장면. 가면 쓴 인물 '브이'는 다중의 분노를 대변하는 역할이다.
群衆(군중)은 '함께 모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群 자와 衆 자는 본디 사람 무리를 가리키는 점은 같지만 群 자가 모임 자체에 치중한 점, 衆 자가 숫자에 치중한 점이 다르다. 群 자와 반대 뜻을 가진 글자가 獨(홀로 독)이나 特(수컷 특)이고 衆 자와 반대 뜻을 가진 글자가 寡(적을 과) 자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群 자는 본디 양떼를 가리키는 말. 양은 떼 지어 사는 습성을 지닌 짐승인 탓이다. 차차 새나 짐승, 사람이 한데 모여 사는 것도 가리키고 나중에 물건이 많이 모인 것도 가리키게 되었다. 섬이 모인 群島(군도)나 산봉우리가 모인 群峰(군봉) 같은 말은 이렇게 생겼다.

衆 자의 옛 글자꼴은 지금 글자꼴과 많이 다르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세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모양. 본디 농사짓는 노예를 부르는 이름이 衆이다. 
众(무리 중)이라는 글자꼴에 衆 자의 본래 꼴이 남았다.

언제부턴지 연말이 되면 소위 '올해의 낱말'이나 '올해의 사자성어' 따위가 넘쳐난다. 올해 서구에선 '쥐어 짜인 중산층', 우리 직장인들은 '手無分錢(수무푼전)'을 꼽았다고 한다. 별로 공감하지 못하겠다. 다른 底意(저의)가 있지 않나 싶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衆怒難犯(중노난범) 정도는 되어야 옳지 않을까. 衆怒難犯은 대중의 분노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뜻. 春秋左傳(춘추좌전)에 나오는 말이다. 내친 김에 나름 2012년의 사자성어를 미리 발표할까 한다. 衆口鑠金(중구삭금), 곧 대중이 입을 모아 말하면 굳은 쇠도 녹인다는 뜻. 올해 시작된 일이 해를 걸러 열매를 맺을 것이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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