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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12> 吉凶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15 20:36:2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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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할 길(口-3) 흉할 흉(凵-2)

   
기원전 2500년 무렵의 그리스 토기 케르노스(애슈몰린 박물관 소장). 갖가지 곡식을 담아 신에게 바치는 그릇이다.
吉凶(길흉)은 '운수가 좋고 나쁨'을 함께 가리키는 말. 뒤집어서 凶吉(흉길)이라고 쓰기도 한다. 吉 자와 凶 자는 본디 같은 물건의 다른 상태를 가리키는 말. 吉 자는 祭器(제기), 곧 제사그릇이 가득 찬 모양, 凶 자는 제사그릇이 텅텅 빈 모양을 그린 글자이다.

일이 成功(성공)하려면 신령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祭需(제수)가 가득 찬 제사그릇에서 신령의 도움을 예상했을 테고 텅텅 비었다면 도움커녕 노여움이나 사지 않을까 두려웠을 테다. 신령의 도움이 福(복 복), 신령의 노여움이 禍(재화 화)이다. 吉凶禍福(길흉화복)이란 말은 이렇게 나왔다.

제사그릇을 채우면 도움이 오고 제사그릇이 비면 노여움이 온다는 생각에서 갈려나온 吉凶은 미래를 점치는 일에서 흔히 쓰게 된다. 이제야 운수가 좋고 나쁘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의 어원사전 說文解字(설문해자)가 '좋다 善也(선야)'라고 풀 때 吉 자는 운수가 좋다는 뜻이고 祥(상서로울 상) 자나 瑞(상서 서) 자가 같은 뜻이다. 凶은 당연히 吉과 반대. 세가 불리해서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를 가리킨다.

사람이 하는 일에 吉凶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미래를 점치는 책 周易(주역)의 말. 周易에는 判辭(판사), 곧 판단하는 말들이 있는데 거기 吉凶말고 悔吝(회린)도 있다. 悔(뉘우칠 회)는 凶變吉(흉변길), 곧 흉이 길로 바뀐다는 것이고 吝(아낄 린)은 吉變凶(길변흉), 곧 길이 흉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잘못된 과거를 뉘우치면 길하고 잘못된 과거에 미련을 두면 흉하다는 말이겠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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