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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13> 遇沈沈不語之士 且莫輸心

속이 컴컴하고 흐릿하니 말 없는 선비를 만나면 마음을 주지 마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16 21:22:3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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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날 우(辵-9) 가라앉을 침(氵-4) 가라앉을 침(氵-4) 아닐 불(一 -3) 말씀 어(言-7) 갈 지(丿-3) 선비 사(士- 0)
- 또 차(一 -4) 없을 막(艸-7) 나를 수(車-9) 마음 심(心-0)

遇沈沈不語之士(우침침불어지사) 且莫輸心(차막수심)은 菜根譚(채근담)의 한 구절. 온전한 말은 이러하다. '속이 컴컴하고 흐릿하니 말 없는 선비를 만나면 마음을 주지 마라. 성을 잘 내고 뻐기는 사람을 만나면 입단속을 해야 한다 遇沈沈不語之士 且莫輸心 見悻悻自好之人(견행행자호지인) 應須防口(응수방구)'. 沈沈(침침)은 본디 풀이나 나무가 우거졌다는 뜻. 나무가 우거지면 그늘이 짙다. 그래서 빛이 약해 컴컴하다는 뜻이 나오고 눈이 어두워 사물이 흐릿하다는 뜻도 갈려 나온다. 여기선 마음이 컴컴하다는 뜻이다. 悻悻은 성이 나서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모양. 서로 짝이 된다. 見 자는 遇 자와 마찬가지로 만난다는 뜻이다.

自好는 자신이 훌륭하다고 여긴다는 뜻. 莊子(장자)에 이런 말이 있다.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성현이 어리석어졌다. 도와 덕이 일치하지 않게 되자 도와 덕 한쪽만 엿본 것을 가지고 자신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천하에 많아졌다 天下大亂(천하대란) 聖賢不明(성현불명) 道德不一(도덕불일) 天下多得一察焉以自好(천하다득일찰언이자호)'. 自好는 自重自愛(자중자애), 곧 자신을 아낀다는 뜻도 있다. 이런 경우 약이 되는 말이 菜根譚에 있다. '명예와 부귀를 추구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비로소 평범함을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를 추구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겨우 거룩한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放得功名富貴之心下(방득공명부귀지심하) 便可脫凡(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방득도덕인의지심하) 纔可入聖(재가입성)'.

放下(방하)는 내려놓는다는 뜻. 下(아래 하) 자는 방향을 표시. 放得下(방득하)는 내려놓을 수 있다는 뜻. 得(얻을 득) 자가 들어가면 가능을 표시하는 말이 된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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