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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18> 天崩

하늘 천(大-1) 무너질 붕(山-8)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22 20:50:2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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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을 알린지 사흘째인 21일 평양특별시민 모습. 누구에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으리라. 연합뉴스
天崩(천붕)은 '하늘이 무너지다'라는 뜻.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 天崩之痛(천붕지통)이 天崩의 본말이다. 여기서 하늘은 진짜 하늘이 아니라 하늘처럼 높은 임금이나 아버지를 비기는 말.

天崩은 상당히 오래된 말이다. 중국 한나라 사람 劉向(유향)이 모아 지은 戰國策(전국책)에 유래가 보인다. 주나라 烈王(열왕)이 죽었을 때 제나라 威王(위왕)이 남들보다 좀 늦게 문상을 갔다. 그러자 喪主(상주)인 주나라 새 임금이 威王을 이렇게 꾸짖는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일을 당해 하느님의 아들인 나도 자리를 깔고 내려앉았는데 天崩地坼(천붕지탁) 天子下席(천자하석)' 네가 늦어서 되겠느냐 이 말일 테다. 坼(터질 탁)은 땅이 갈라진다는 말이다. 天崩地坼은 달리 天崩地塌(천붕지탑) 天崩地壞(천붕지괴) 天崩地解(천붕지해) 天崩地裂(천붕지열)이라고도 쓴다.

사람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은 崩 말고도 여러 가지. '임금의 죽음이 붕, 제후의 죽음이 훙, 대부의 죽음이 졸, 전사의 죽음이 불록, 상것의 죽음이 사 天子曰崩(천자왈붕) 諸侯曰薨(제후왈훙) 大夫曰卒(대부왈졸) 士曰不祿(사왈불록) 庶曰死(서왈사)'라는 春秋公羊傳(춘추공양전) 분류도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죽었을 때 곧 전쟁이라도 터질 것처럼 라면이며 생수 사재기로 호들갑 떤 일이 눈앞에 선하다. 그때와 달리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에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기분은 아닌 듯하다. 까짓 별것 아니라고 모두 느끼는 탓이리라. 이래서 中庸(중용)의 말처럼 성인조차 보통사람만 못하다는 것이겠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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