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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20> 分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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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12-25 20:17:30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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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눌 분(刀-2) 갈림길 기(山-4)

   
지난 9월 29일 '2011 랄랄라 거리춤 컬렉션'의 하나인 SUM 무용단 작품 '당신은 지금 어떠신가요?'. 갈림길 표지 아래 춤의 시작이다.
分岐(분기)는 나뉘어 갈라지다 또는 갈래라는 뜻. 갈라지는 곳을 콕 찍어 부를 때는 分岐點(분기점)이라고도 한다. 길을 가다가 흔히 마주치는 곳이 바로 분기점. 분기점은 하나지만 갈림길은 여럿이다. 많은 갈림길들, 곧 岐路(기로)를 마주하면 갈 길을 골라야만 한다. 岐 자는 본디 歧(갈림길 기)라고 쓰는데 갈 길의 뜻을 살린 탓이리라. 歧자의 부수는 우리가 길을 걷을 때 의지하는 止(발 지)이다.

고대 중국의 분류사전 爾雅(이아)는 歧자를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곳을 기방이라 한다 二達謂之岐旁(이달위지기방)'라고 푼다. 爾雅는 두 갈래 갈림길을 岐旁이라 불렀지만 나중에는 兩岐(양기)라고 불렀다. 두 갈래 갈림길은 그래도 나은 편. 숱한 갈림길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多岐(다기)라고 한다. 岐 자는 본디 支(가를 지) 자에서 나온 말.

岐 자와 뜻이 같은 글자에 岔(갈림길 차) 자가 있다. 나뉜 산 岔자는 갈래진 산 岐 자와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岔자는 본디 叉(깍지 낄 차)라고 쓰던 글자. 叉 자는 손가락을 서로 엇갈리게 잡은 상태를 가리킨다. 叉 자의 부수인 又(또 우) 자는 본디 오른손을 가리키는 글자. 엇갈리는 상태를 가리키는 交叉(교차)라는 말이 있다. 交(사귈 교) 자는 본디 다리를 엇갈리게 꼰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이기도 하다.

가는 해를 돌이켜 보면 숱한 갈림길에 섰던 우리이다. 그때마다 바른 길에 접어들었던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때이다. 오는 해도 疊疊山中(첩첩산중) 갈림길들이 숱하다. 길을 잃지 않고 잘 가게 되기를 기도할 뿐.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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