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 살(殳-7) 사람 인(人-0) 아닐 불, 부(一-3) 눈깜짝일 잡(目-5) 눈 안(目-6)
사람을 죽이며 눈도 깜짝하지 않는 극악무도한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뜸하지만 미제사건인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2003년 9월부터 20여 명의 여성을 살해한 유영철, 여성 7명을 살해한 강호순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소재가 된 미국의 테드 번디는 1970년대에 100명에 가까운 여성을 살해했다고 한다. 지난주에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하고 달아난 백인청년이 붙잡혔다. 殺人不眨眼은 사람을 죽이며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는 뜻 그대로의 성어다. '눈깜짝일 잡(眨)'은 '낮출 폄(貶)' 자와 비슷하니 주의.
宋(송)나라 太祖(태조) 趙匡胤(조광윤)이 강남을 정벌했을 때의 일이다. 악명을 날리던 대장군 曺翰(조한)이 廬山(여산, 廬는 농막집 려)에 있던 圓通寺(원통사)라는 절에 들르게 되었다. 승려들은 난폭한 군대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숨어 버렸다. 단 한 사람 緣德禪師(연덕선사)라는 고승만이 법당에서 좌정하고 조한이 들어와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화가 난 조한이 외쳤다. "그대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장수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가(汝不聞有 殺人不眨眼的 將軍乎/ 여불문유 살인부잡안적 장군호)?" 연덕선사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한참이나 그를 쳐다보더니 "그대가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화상이 있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汝安知有 不懼生死 和尙耶/ 여안지유 불구생사 화상야)?"라고 말했다. 懼는 두려워할 구.
이 이야기는 송나라 때의 승려 普濟(보제)가 엮은 '五燈會元(오등회원)'과 慧洪覺範(혜홍각범)이 쓴 '禪林僧寶傳(선림승보전)'에 전한다고 한다.
연쇄살인범이라도 개인인 데 반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집단이 있다. 국가라고 자처하지만 악명을 세계에 떨치고 있는 과격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또 피의 살인극을 펼쳤다. 지난달 29일이 국가 선포 1주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그날을 앞둔 금요일, 자축이라도 하듯이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쿠웨이트, 튀니지, 프랑스 등 3개 대륙 동시 테러로 70여 명이 사망하여 '피의 금요일'이 됐다. 무자비하게 목을 치는 인간백정 집단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은 정녕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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