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동(金-6)냄새 취(自-4)

일상을 이어가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은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阿堵物(아도물, <391>회)이란 별칭이 있듯 口不言錢(구불언전)이라며 입으로 돈을 말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 했다. 무시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돈의 위력을 가장 잘 말한 것이 錢可通神(전가통신)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으니 말이다. 구리로 만든 돈에서 나는 냄새(銅臭)라는 이 말은 부정적인 것을 총칭한다. 재화를 탐하여 모아두는 구두쇠, 돈 많다고 자랑하거나, 그것으로 직위를 얻은 사람, 모든 일을 금전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을 낮잡아 가리키는 데 두루 쓴다.

중국 後漢(후한) 12대 황제 靈帝(영제, 167~189) 때는 왕조 말기 증상이 잇따랐다. 곳곳에서 黃巾賊(황건적)이 난을 일으키고 조정에서는 왕의 사치와 환관의 득세로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崔烈(최열)이란 사람도 초기에 명민하다고 평판이 좋았으나 더 높은 관직을 위해 영제의 유모를 통해 거금을 주고 司徒(사도) 자리에 올랐다.

최열은 이후 명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스스로 불안하여 아들 崔鈞(최균)을 불러 평판이 어떤지 물었다.

아들은 이전의 이력만으로도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부당하다고들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천하 사람이 실망하고 말았다고 했다. 연유를 물으니 '사람들이 동전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論者嫌其銅臭/ 논자혐기동취)'라 답했다. '後漢書(후한서)' 최열전에 나온다.

고려말 유학자 목은 李穡(이색)의 '有感(유감)'이란 시에도 나온다. '당년에 낭사의 권세 너무 엄청나, 생선 비린내와 돈 냄새 온몸에 배었더라(郞舍當年勢絶倫 魚腥銅臭却熏身/ 낭사당년세절륜 어성동취각훈신).' 낭사는 고려 때 諫官(간관) 벼슬이름이라 한다. 腥은 비릴 성, 熏은 불길 훈.

어느 때 어느 곳이나 끊이지 않았지만, 올해 유달리 많이 구리 냄새를 풍긴 곳이 법조계다. 검사 판사 변호사 가리지 않고 수십억, 수백억이 예사로 오갔다.

진경준 전 검사장은 친구 김정주 넥슨 창업주에게서 받은 공짜 주식으로 120억 대박을 쳤고 수시로 금품도 받아 1심서 4년 징역형을 받았다. 천문학적 부당 수임으로 걸려든 홍만표 변호사도 3년을 선고받았다.

다른 고위직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수십억 원 뒷돈을 받고 사업 편의를 봐 준 혐의로 구속 중이다. 청렴해야 할 공직자가 더 물욕에 어두웠던 결과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