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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8> 物有本末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2-16 19:07:0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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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 물(牛-5)있을 유(肉-2)뿌리 본(木-1)끝 말(木-1)

"物有本末(물유본말)" 곧 "온갖 것에는 뿌리와 우듬지가 있다"는 말은 뿌리와 우듬지를 잘 가려내는 것이 긴요하다는 뜻이다. 왜 이 둘을 가려내야 하는가?

'文子(문자)'의 '上德(상덕)'편에 나온다. "末不可以强于本, 枝不可以大于幹. 上重下輕, 其覆必易."(말불가이강우본, 지불가이대우간. 상중하경, 기복필이.)

"우듬지는 뿌리를 강하게 만들 수 없고, 가지는 몸통보다 굵을 수 없다. 위가 무겁고 아래가 가벼우면 반드시 쉽게 뒤집어진다."

'문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諸子百家(제자백가)의 사상과 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매우 긴요한 책이다. 오래도록 僞書(위서)로 간주되었다가 1973년 중국 河北省(하북성) 定縣(정현)에서 발굴된 한나라 때 무덤에서 竹簡本(죽간본) '문자'가 출토되어 비로소 위서의 오명을 떨쳐냈다.

간단히 말하면, '문자'는 유가와 법가의 사상을 아우른 道家(도가) 계통의 책이다. 유가의 '荀子(순자)'나 법가의 '韓非子(한비자)'처럼 특정한 사상을 중심으로 다른 학파의 사상을 융합하여 저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설하고, '문자'의 이 구절을 보자. 고대 중국인들은 식물, 특히 나무를 주요한 상징으로 썼는데, 그 점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나무는 뿌리가 깊이 내리고 튼튼해야 한다. 나무가 높이 솟으려면 그 몸통이 굵어야 하는데, 그만큼 길고 굵게 깊이 뿌리가 내려야 한다. 줄기가 뿌리를 굵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그 몸통과 줄기를 더 굵고 높게 만든다. 하물며 줄기나 가지의 끝에 있는 우듬지가 어찌 뿌리를 강하게 만들겠는가?

뿌리가 우듬지보다 중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온갖 것들에는 이렇게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있고 우듬지에 해당하는 것이 있으니, 이를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유가에서는 무엇이 뿌리고 무엇이 우듬지인가? 유가 학파를 연 공자의 사상을 논할 때면 반드시 '禮樂(예악)' 곧 예의와 음악을 말하는데, 그것은 治道(치도)의 주요한 수단이면서 治亂(치란)의 여부를 보여주는 표지다.

'예기'의 '樂記(악기)'에서는 "樂者爲同, 禮者爲異"(악자위동, 예자위이) 곧 "음악은 사람들을 같아지게 하고, 예의는 사람들을 다르게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음악이 사람을 화합시켜주고 예의가 사람의 나이와 신분, 지위에 따라 구별 짓는 구실을 한다는 뜻이다. 또 예의는 없고 음악만 있다면 음란과 방종으로 흐르고, 음악은 없이 예의만 강조한다면 딱딱해지고 각박해진다. 이는 다스려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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