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9> 儀式과 禮義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2-17 20:23:23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거동 의(人 - 13)법 식(弋- 3)예 례(示 - 13)올바를 의(羊 - 7)

'禮記(예기)'의 '禮器(예기)'편에 "觀其禮樂, 而治亂可知也"(관기예악, 이치란가지야)라는 말이 나온다. "그 예의와 음악을 잘 살피면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예의와 음악은 유가의 정치에서는 매우 중요한데, 그렇더라도 뿌리는 아니다. 우듬지에 불과하다.

'좌전'의 '魯昭公(노소공)' 5년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노나라 소공이 晉(진)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그는 진나라 교외에서 위로를 받는 일부터 진나라 군주에게 예물을 바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예의를 잃지 않았다. 이에 진나라 군주가 女叔齊(여숙제)에게 물었다.

"노나라 군주는 예의에 밝지 않소?" "노나라 군주가 어찌 예의를 알겠습니까!"

"어째서 그렇소? 교외에서 위로를 받는 일부터 예물을 바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예의에 어긋남이 없었는데,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구려."

"그것은 儀式(의식)이지 禮義(예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의는 나라를 지키고 政令(정령)을 제대로 실행하고 그 백성을 잃지 않게 하는 근본입니다. 그런데 지금 노나라의 정령은 대부의 가문에 있는데도 되찾지 못하고 있고, 현명한 子家羈(자가기)가 있음에도 등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대국과 맺은 맹약을 어기고 소국을 침범하며 괴롭히고, 다른 나라의 환난을 이롭게 여기면서 자기 나라의 환난은 모르고 있습니다. 제후의 군사가 넷으로 나누어져 三家(삼가, 孟孫氏·叔孫氏·季孫氏)에 장악되어 백성이 그들에 기대 살고 있습니다. 누구도 군주를 생각하지 않아 그 끝이 어찌 될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한 나라 군주가 되어 환난이 자신에게 미치려 하는데도 이를 걱정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의의 本末(본말)이 여기에 있는데도 자질구레한 의식을 익히는 데만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의를 잘 지킨다고 말하는 것과는 멀지 않겠습니까?"

여숙제야말로 예의의 본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던 인물이다. 노나라는 주 왕조의 創業(창업)뿐 아니라 守成(수성)에도 큰 공을 세우고 또 왕조의 기틀이 되는 문물과 제도를 정비한 周公(주공)에게 내려진 封國(봉국)으로, 대대로 주나라 왕실과 대등한 대우를 받았던 제후국이다. 그것은 노나라가 예악의 정수를 간직한 나라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나라 소공에게서 볼 수 있듯 군주가 정령과 군사를 모두 대부들에게 빼앗기고 백성들의 마음조차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아무리 예의를 차린들 허울뿐인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예의가 한낱 의식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은 뿌리라 할 덕성이 없어서다.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8. 8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9. 9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5. 5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6. 6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7. 7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8. 8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2026 국감 브리핑]용혜인 “부산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이용률 1%, 전국 최하권”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7. 7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8. 8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9. 9올해 부산 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다'…1년새 2만5000명↑
  10. 10“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