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64> 喩治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9 20:16:12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깨우칠 유(口-9)다스릴 치(水-5)

사물의 법칙을 알지 못하면 중요한 순간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결정을 내려도 어긋나기 십상이다. 군자라는 평판이 있다 하더라도 사물의 세계를 모른다면, 그는 한낱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잘 차려입은 허수아비와 같아서 치국평천하는커녕 修身(수신)이나 齊家(제가)의 여부조차 의심스럽다.

한낱 빈껍데기에 불과하면서 스스로 어질고 현명하다며 행세하던 유자들이 전국시대에는 무척 많았다. 그런 유자들을 두고 사마천은 '사기' '貨殖列傳(화식열전)'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집안이 가난하고 어버이는 늙고 처자는 연약하며, 철이 되고 때가 되어도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것이나 의복이 부족하여 남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면서 이를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면, 견줄 데 없을 정도로 못난 사람이다."

비루하게도 남의 집 잔치나 제사에 기웃거리며 얻어먹는 주제에 군자는 어떠해야 하느니, 백성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느니 따위 말을 늘어놓는다면, 누가 귀를 기울여 들을 것이며 또 누가 그를 기용할 것인가?

漢(한) 武帝(무제) 이후로 유학이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유가의 통치술은 도리어 편협해지고 고루해졌다. 경쟁할 학파가 없어진 탓이다. 그로 말미암아 불교나 도교에 밀려 宋代(송대)에 이르기까지 한낱 공허한 학술로 전락하고 정치 이념으로만 남게 되었다.

시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또 시대의 병통을 치유할 계책도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관리 노릇을 하거나 관리가 되겠다고 하는 유자들 또는 지식인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기 위해서 元末明初(원말명초)의 劉基(유기, 1311∼1375)는 '郁離子(욱리자)'라는 책을 썼다. 이른바 寓言(우언)으로 된 산문집이다. 거기에 '喩治(유치)'라는 글이 있는데, 통치를 치료에 비유한 내용이다.

"천하를 통치하는 이는 의사와도 같다. 의사는 맥을 짚어 증세를 알아 잘 살펴서 처방을 내린다. 증세에는 음양과 허실이 있고, 맥에는 부침과 강약이 있으며, 처방에는 땀내기·보양·침구·탕제 따위의 방법이 있고, 인삼·복령·생강·계피·麻黃(마황)·芒硝(망초) 따위 약이 있다. 맞으면 살아나고 맞지 않으면 죽는다. 따라서 증세를 알고 맥을 알아 잘 처방하지 못한다면 의사가 아니다. 비록 扁鵲(편작)과 같은 견식을 지녔어도 떠들어대기만 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또는 증세도 모르고 맥도 모르면서 남의 허튼소리를 따라 처방을 내리고는 사람들에게 '나는 유능한 의사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천하를 해치는 존재다. 이처럼 治亂(치란)은 증세이고, 기강은 맥이며, 도덕과 정치·형벌은 처방과 조제법이고, 인재는 약이다."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9. 9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0. 10[사설]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5. 5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10. 10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1. 1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2. 2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3. 3‘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